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4.


《섬진강》

 윤보원 글·그림, 구름마, 2018.1.30.



냇물이 아름답다면 삽차로 이리 파고 저리 메꾸어 반듯하게 바꾸었기 때문이 아니리라. 숲이 아름답다면 이리 심고 저리 베어 이쁘장하게 손질했기 때문이 아닐 테지. 바람 해 빗물 풀벌레 숲짐승이 스스로 이루어낸 결로 흐르는 냇물이기에 아름답고, 바람 해 빗물 풀벌레 숲짐승이 고루 어우러진 터전인 숲이기에 아름답겠지. 사람은 어떠한가? 사회에 길들거나 정치를 펴거나 경제를 하거나 문화를 누리거나 과학에 몸바치거나 종교에 깃들거나 예술을 펴거나 교육을 나누기에 아름다울까? 《섬진강》은 섬진강이라는 냇물 곁에서 이 아름다운 숨결을 누리고 싶은 아주머니가 아이들하고 더러더러 누린 발걸음을 살짝 담아낸다. 워낙 아름답다는 냇물이니 글이며 그림으로 담아낼 만하리라. 한두 해쯤 가끔 돌아보고서라도 책으로 엮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드문드문 구경한 채 빚는 글이나 그림이라면 어쩐지 엉성하다. 왜 더 누리지 않고서 그려야 할까? 왜 느긋하게 뛰놀지 않고서 엮어야 할까? 바쁜 틈을 쪼개어 찾아가서 구경하고서 빚는 그림이라면 그럴듯한 책이 될 수는 있더라도 아름다운 책까지는 안 된다. 너무 바쁘거나 서두른다. 좀 느긋하게 쓰고 그리자. 적어도 열 해쯤은 마음껏 누리고서야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담아 보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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