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
《끊어진 현》
박일환 글, 삶이보이는창, 2008.12.15.
큰아이가 사람 북적이는 데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래, 그렇겠지. 북적판에서 스스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사람이 드물기 마련이라, 이런 곳에서 너 스스로 마음을 찬찬히 건사하기 어려울 수 있어. 그러나 북적판도 고요판도 따로 없단다. 어느 곳에 있든 어느 때를 맞이하든 우리는 오직 스스로 어떤 사랑이란 숨결인가를 바라보면 돼. 다른 사람이 뭘 버리고 잘못하고 흉질을 일삼든 쳐다보지 말자. 아니, 보이면 보되, 휩쓸리지 않으면 되지. 늘 스스로 차분하게 활짝 웃으면서 피어나는 꽃마음이 되어 보지 않겠니?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이러고서 저녁을 같이 먹고 ‘예티’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함께 본다. 영화 이름은 ‘Abominable’이고, 한국에는 ‘스노우몬스터’란 이름인데, ‘눈사람’인 셈이다. 눈사람이지. 눈갓에서 흰눈 같은 털빛으로 살아가는 흰마음이니까. 시골버스에서 《끊어진 현》을 읽었는데, 아무래도 이렇게 수수하게 쓰는 시가 마음에 든다. 다만 이 시집에도 슬쩍슬쩍 멋부리려는 글결이 보인다.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니 멋을 부릴 수도 있겠지. 그러나 멋을 부리면 사랑하고 멀어진다. 그럴듯한 글은 사랑스러운 글이 아니다. 아이들한테 말한다. 얘들아, 늘 즐겁게 노래하는 사랑이라면 아름답단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