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


《피의 흔적 1》

 오시미 슈조 글·그림/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19.11.25.



밤에는 겨울답게 차가운 바람. 아침이 되면 봄처럼 따사로운 바람. 어느덧 1월에 두 가지 바람을 한껏 누린다. 곳곳에서 봄나물이, 아니 봄풀이 돋는다. 모든 봄풀은 나물이니 그냥 봄나물이라 할 수 있지만, 그저 봄풀이라 이야기하자. 올해에는 어떤 나뭇잎을 덖어서 누릴까 하고 생각한다. 작은 유리병을 하나하나 그러모아야지. 밤에는 차가운 바람이라 새벽에 풀잎을 보면 이슬이 얼어붙었다. 해가 오르면 언 이슬이 살살 녹으며 빛난다. 《피의 흔적》 첫걸음을 매우 빠르게 읽어낸다. 오시미 슈조 님 만화는 언제나 매우 빠르게 넘긴다. 숨가쁘게 읽어내도록 엮는 만화라고 할까. 휘리릭 넘기며 ‘그다음은?’ 하고 궁금하게 여기도록 몰아댄다고 할까. 이렇게 한달음에 읽어내고는 숨을 가늘게 고르고서 다시 찬찬히 넘긴다. 앞선 만화에서는 어린이·푸름이가 마음에 새기고 만 멍울을 그렸다면, 《피의 흔적》은 어른, 이 가운데 어머니가 마음에 새긴 멍울을 그리는구나 싶다. 오늘 이곳에서 ‘어머니’인 분도 어린 날이며 푸른 날을 보낸 ‘아이’였고 ‘작은 숨결’이다. 어른 몸뚱이라서 이 어른을 따사롭게 마주하지 않는다면 오랜 멍울은 어떻게 될까? 멍울이 핏자국이다. 핏자국이 고스란히 멍에가 된다. 멍멍한 마음을 안아 줄 이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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