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8.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
핫토리 아사미 글·그림/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20.1.20.
누구나 처음부터 풀이나 나무나 꽃을 잘 알지는 않는다. 모르기에 가까이하고, 가까이하다 보니 차츰 익숙하고, 익숙하기에 어느덧 삶으로 스며서 이웃하는 숨결로 마주한다. 작은아이가 한동안 “나는 누나처럼 꽃을 못 그려.” 하고 말했다. 큰아이도 꽤 예전에 “나는 아버지처럼 나무를 못 그려.” 하고 말했다. 벌써 아득한 옛일이 되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한테 “그래, 아직 얼마 안 그려 봤잖아? 이제부터 가까이에서 보고 날마다 찾아가서 쓰다듬으면서 말을 걸어 봐. 날마다 꾸준히 그리면 어느새 ‘못 그리던 예전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진단다.” 하고 들려주었다.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를 빚은 분도 처음에는 풀을 잘 몰랐다고 한다. 하나씩 가까이하고 차근차근 배우는 동안 시나브로 풀내음으로 몸을 감싸고 풀빛으로 마음을 돌볼 수 있었다지. 이렇게 풀살림을 누리는 보람을 붓으로 옮겨 그림놀이를 편다. 가까이하기에 사귀면서 즐겁게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으로 피울 수 있다. 곁에 두니 사랑으로 피어난다. 지난날에는 ‘약초·향초·방초’ 같은 말을 쓰는 이가 많았고 오늘날에는 ‘허브’라 말하는 이가 많은데, ‘풀’일 뿐이다. 새롭게 가리키고 싶다면 ‘숨살이풀’이나 ‘향긋풀’이나 ‘살림풀’ 같은 이름이 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