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칼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3
허형만 지음 / 현대시학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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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16


《모기장을 걷는다》

 허형만

 오상

 1985.9.30.



  1985년이라는 해에 나온 시집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이 시집은 묵었을까요, 아니면 그해를 밝히거나 보여주는 꾸러미일까요. 1985년에 나온 여러 시집을 한자리에 놓고서 바라봅니다. 다 다른 사람들 모습이 다 다른 책으로 앞에 있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살림을 꾸리던 길이 다 다른 노래가 되어 여기 있습니다. 어느 글은 서른다섯 해가 흘러도 새롭습니다. 어느 글은 그해에 나온 글인지 모르도록 펴낸날을 감추면 어제 쓴 글일 수 있겠다고 여길 만합니다. 1985년을 살던 그 사람은 그해에 무엇을 보았을까요? 2020년을 사는 우리는 올해에 무엇을 볼까요? 《모기장을 걷는다》를 넘기다가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 시집이 눈에 안 들어온 까닭을 알겠습니다. 묵은 글이 되어야 비로소 읽힐 수 있는, 그렇지만 애써 더 읽을 마음이 들지 않는 까닭을 알겠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오늘을 목소리로 옮길 줄 알아야겠지요. 오늘 이곳에서 눈을 감거나 등을 돌린다면, 오늘 쓰거나 읽는 모든 노래는 하루하루 가면 갈수록 더욱 덧없겠지요. 대학교는 이제 겨울방학일까요. 대학교수는 이제 무엇을 할까요. 교수란 이름은 몇 해쯤 짊어질 만할까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교수란 자리에 서고 나면 시힘을 죄다 잃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서울엔 모기가 없는 줄만 알았더니 / 휘황찬란호텔 커피숍 / 모기 두 마리 / 번득이는 칼날을 휘두르고 (서울 모기/11쪽)


세월의 머언 길목을 돌아 / 한 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 /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일월의 아침/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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