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진정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3
《모자》
토미 웅게러
진정미 옮김
시공주니어
2002.3.5.
저는 머리에 뭘 씌우기를 안 좋아합니다. 곁님도 굳이 뭘 쓰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머리에 갓을 쓸 생각을 안 합니다. 아무리 덥든 춥든 따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대수롭지 않아요. 불볕도 찬바람도 고스란히 맞아들입니다. 여름볕은 여름에 내리쬐기에 반갑고, 겨울바람은 겨울에 휭휭 불기에 새롭달까요. 언제 어디에서나 늘 다르면서 새삼스레 찾아드는 기운을 누려요. 《모자》는 갓 하나가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면서 늘 다르지만 즐겁게 하루를 누리는 길을 보여줍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갓(모자)은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렇다고 고분고분하지는 않지요. 저를 마음으로 아낄 줄 아는 사람 곁에 있고 싶습니다. 저를 모른 척하거나 내팽개치거나 마음을 안 쓰는 사람이라면 굳이 곁에 안 있으려고 해요. 한창 읽다가 퍼뜩 생각합니다. 우리가 뭘 잃어버린다면 어디에서 흘린 탓이 있겠지만, 우리가 제대로 마음을 안 썼기에 그 살림살이가 슬그머니 우리 곁을 떠난 셈일 수 있어요. 다른 곳에 가고 싶어서 슬며시 바람을 타고 떠난달까요. 버선도, 손천도, 글붓도, 모두 우리 눈길이며 마음길을 받으려고 지켜보는구나 싶어요. ㅅㄴ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