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3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

뒤죽박죽 같지만 찬찬히 흐르는 하루



《경계의 린네 33》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9.9.25.



“로쿠도, 어머니가 쫓기고 있어!” “윽, 몸이 저절로!” “린네, 눈앞의 10엔보다 사례금을 챙겨야지!” (15쪽)


“기분 탓인지 저 영은 모습은 저렇지만 사악한 느낌이 안 들어.” (16쪽)


“도중에 차에 부딪힌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아, 그건 기분 탓이 아닐 겁니다.” (48쪽)


“왜냐면, 나는 린네가 어릴 때 헤어져서, 초등학생이 된 린네의 숙제도 한 번 거들어 주지 못했잖니.” (144쪽)


“로쿠도, 돈 빌려줄까?” “어, 마미야 사쿠라, 여기 있었어?” “고생이 많아 보이네.” “윽,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을.” “아니, 난 신경 안 써.” “돈 좀 빌려 주세요!” ‘무릎은 쉽게 꿇네.’ (180∼181쪽)



  멀쩡히 잘 놀다가 풀썩 쓰러지더니 여러 날 끙끙 앓습니다. 앓아누워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싶더니 어느새 말끔히 털고 한결 개구지게 뛰어놉니다. 꼬물꼬물 애벌레가 문득 사라졌네 싶었는데 고치를 틀어 잠자고, 고치에서 언제까지 자나 싶던 아이는 어느덧 새몸을 입고 깨어나서 나무 둘레이며 들이며 숲을 한들한들 날아다닙니다.


  엎어져서 코가 깨지는 사람이 있고, 자빠져서 옆구리가 삐끗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넘어지는 일이 없는 사람이 있고, 하는 일마다 어설픈 사람이 있습니다. 온갖 일이 벌어지고, 갖은 사람이 얼크러집니다. 사나워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다가 상냥한 사람이 있어요.


  뒤죽박죽이랄 수 있는 이 별은 어떤 터전일까요. 언뜻 보기에만 뒤죽박죽일 뿐,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길을 즐겁게 나아가는 터전일까요. 《경계의 린네 33》(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9)에서는 린네 어머니가 린네 곁에서 크게 이바지합니다. 비록 끝에 가서는 도루묵 같은 일투성이입나다만, 린네 아버지하고 다른 린네 어머니는 작은 곳까지 찬찬히 돌보려 합니다.


  다만 린네 어머니는 사람누리에 어린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어린이 모습으로 크게 돕기는 어렵습니다만, 곁에서 어우러지기만 하더라도, 또 말 한 마디를 들려주더라도, 이 모든 기운이 반갑게 스며들 만해요.


  넘어진 사람이 일어나는 힘이란 아주 작은 목소리이지 않을까요. 떵떵거리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지는 까닭이란 아주 작은 가시 때문이지 않을까요. 대수롭지 않다 싶은 일이 대단히 힘이 됩니다. 대수롭지 않다고 지나친 일이 엄청난 너울로 돌아와서 모조리 허물어 버립니다.


  나쁘거나 좋은 것이 없다면, 궂거나 안 궂은 것도 없겠지요. 하루하루 차근차근 걸어가는 우리 길에는 숱한 일이 나타날 텐데, 이 일도 저 일도 저마다 뜻이 있구나 싶어요. 속뜻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스립니다. 속내를 헤아리면서 몸을 돌봅니다. 물 한 모금이 오롯이 새로운 숨결로 거듭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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