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덥다 : ‘덥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입에 담으니 참 덥다. ‘가멸차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입에 담으니 참 가멸차다.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입에 담으니 즐겁다. 다른 까닭은 오로지 하나. 스스로 오늘 이곳에 있는 삶을 어떻게 느껴서 생각하고 마음에 어떤 말로 담느냐에 따라 다르다. 누구는 덥고 누구는 안 덥다. 누구는 가멸차고 누구는 안 가멸차다. 누구는 즐겁고 누구는 안 즐겁다. 보라. 웃통을 벗어도 덥다는 저이를. 보라. 옷을 잔뜩 껴입어도 춥다는 저이를. 보라. 은행계좌에 10억이 넘고, 아파트가 7억이 넘으며, 지갑에 100만 원쯤 넣고 다녀도 돈이 없다고 툴툴대는 저이를. 보라. 스스로 즐거운 빛을 품지 않으면서 남이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는 저이를. 1995.5.6.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