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나비처럼 사뿐히 : 1992년 늦여름 그날부터 언제나 나비걸음을 했구나 싶다. 책집에 가는 내 걸음은 그냥 걸음이 아닌 나비걸음이요 사뿐걸음이었다. 새롭게 배우고 새삼스레 익히는 삶길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비처럼 걸었고 나비처럼 스스로 눈부시게 거듭나려는 꿈으로 가득했다. 오늘도 나는 나비걸음이다. 아이랑 손을 잡고서 나비걸음이고, 눈을 감고서 바람이랑 속삭이며 나비걸음이다. 나무 곁에 서서 가만히 품으면서 나비손길이요, 비가 올 적에 비놀이를 나비몸짓으로 한다. 오늘 쓰는 글 한 줄은 나비물결처럼 퍼질 테지. 어제 누린 반가운 하루는 나비살림처럼 빛날 테고, 몸에 걸친 천조각은 나비옷이 될 테며, 한 발짝 두 발짝 뗄 적마다 나비춤이 되리라. 2019.12.25.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