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선물하는 길 : 내가 번 돈으로 사주어도 선물. 내 주머니가 홀쭉하거나 비었을 적에는, 무엇을 사줄 수 없으니 그대가 무엇을 사랑할 만한가를 알아보고서 스스로 장만하도록 알려주어도 선물.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겪을 삶을 이야기로 들려주어도 선물. 우리는 언제나 한마음으로 사랑이라는 길을 가는 줄 슬기롭고 상냥하게 속삭이는 말 한 마디도 선물. 따스하고 넉넉히 짓는 웃음도 선물. 까르르 춤추고 노래하는 몸짓도 선물. 신나게 일해서 벌어들인 돈을 기꺼이 내주어도 선물. 아름다운 책을 읽고서 아름다운 숨결로 거듭나며 아름답게 사랑하는 하루도 선물. 아이를 포근하게 품을 적에도 선물이면서, 어버이를 가만히 안을 적에도 선물. 즐거이 뛰노는 눈빛으로 맑게 바라보아도 선물. 바람을 타고 흐르는 노랫가락을 글로 옮겨적어서 살며시 건네어도 선물. 가을에 떨어진 가랑잎을 주워서 내밀어도 선물. 멧골에서 철철이 싱그러이 흐르는 샘물도 선물. 구름이 모여 내리는 비랑 눈도 선물. 온누리를 어루만지는 해님도 선물. 밤마다 빛잔치를 벌이는 별도 선물. 어, 그러고 보면 선물 아닌 숨결은 없네? 선물 아닌 몸짓은 없네? 선물 아는 길은 하나도 없네? 1994.12.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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