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15.


《여름눈 랑데부 2》

 카와치 하루카 글·그림/김유리 옮김, 삼양출판사, 2012.12.22.



몸을 움직이는 내가 있다. 나는 이 몸을 움직인다. 그런데 네가 하는 말에 따라 움찔한다든지, 네가 바라는 길에 맞추어 움직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바라면 이 몸은 언제든지 말이 되다가 김밥이 되다가 이불이 되고, 짐꾼이 되다가 부엌지기가 되다가 흙지기가 되다가 책지기가 된다. 붓을 쥐면서 글꽃이나 그림꽃을 피우고, 나뭇가지를 쥐면서 겨우내 웅크리면서 새봄을 꿈꾸는 잎망울이며 꽃망울을 느낀다. 마당을 쓸면서 어느새 내려앉은 가랑잎이며 이 가랑잎이 몸을 바꾸어 태어난 까무잡잡한 새 흙을 느낀다. 《여름눈 랑데부》 두걸음을 넘기니 젊은 사내는 죽은 사내한테 몸을 맡기면서 ‘죽은 사내가 지내는 저승나라’로 넘어간다. 몸은 이승에 두고 넋이 저승으로 간 셈이다. 몸이 없이 저승에 있던 죽은 사내는 젊은 사내 몸을 입고는 ‘몸이 이렇구나’ 하고 새삼스레 놀라고, 고맙게 얻은 이 몸으로 한동안 무엇을 할는지, 이승에 어떤 아쉬움을 묻어 놓았기에 새롭게 떠나지 못하는가를 생각한다. 몸이란 무엇이고 마음이란 무엇일까? 몸으로 만져 보아야 비로소 아는가, 아니면 몸이 아니어도 마음으로 모두 읽고 느끼면서 즐겁게 사랑이라는 숨결로 빛날 수 있는가. 참말로 사랑이라면 몸을 벗고서 환한 마음으로 만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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