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 그늘 문학과지성 시인선 355
이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12


《회화나무 그늘》

 이태수

 문학과지성사

 2008.10.31.



  어쩌면 일찌감치 할 수 있던 일일 텐데, 어제부터 비로소 큰아이한테 “네가 손수 그리는 네가 손수 밥짓는 이야기 그림도 얼마든지 책이 될 수 있단다.” 하고 이야기하면서, 이제부터 그림을 새롭게 그리는 길을 알려줍니다. 그동안 큰아이는 생각나는 대로 바로 종이에 연필로 슥슥 그렸는데, 이렇게 하고서 복사집에서 똑같이 뜨면 번지거나 흐리거든요. 어떻게 해야 안 번지거나 안 흐린가를 찬찬히 보여줍니다. 연필로 가볍게 그리고서 두꺼운 펜으로 다시 그리고 지우개로 마무리. 품은 꽤 들지만, 그만큼 그림이 오래 남고 깔끔해요. 《회화나무 그늘》을 읽으며 여러모로 갑갑했습니다. ‘돈을 벌어서 집에 가져다주는 일’, 또 ‘회사에서 맡기는 일’에서 드디어 풀려난다면서 오롯이 ‘시쓰기에만 마음을 쏟겠다고 하는 시쓴님 다짐’이 어쩐지 썩 홀가분한 말로 스미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삶을 노래하고 꿈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거든요. 돈을 벌어서 집에다 가져다주더라도 이 발자국이 얼마든지 시 한 줄입니다. 회사에서 맡기는 일에 바쁘더라도 이 살림길이 모조리 시 두 줄입니다. ‘자연을 찬미하는 글’은 숲을 노래한다고 하면서 정작 숲하고 하나되지 않으니 따분해요. 언제나 노래하면 모두 시예요. ㅅㄴㄹ



쳇바퀴가 돈다. 내가 돌리는 / 이 쳇바퀴는 잘도 돌아가지만 / 돌고 돌아도 제자리다/ 이른 아침부터 / 돌리고, 자정 넘어서도 빌빌거리지만 / 헛바퀴다. 도대체 무얼 돌렸는지 (나의 쳇바퀴 2/12쪽)


아우가 다른 세상으로 먼저 가고 / 잊으려 할수록 길이 비틀거린다. 이따금 /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 그렇게 날이 가고 / 달이 몇 번 바뀐 오늘은 왠일인지 (아우 먼저 가고/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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