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틈날 때 : “언제 이런 걸 다 했어?” “뭐, 그냥 틈날 때 했어.” “너무 바빠서 빈틈이 없네.” “그러게, 바쁘니까 내는 때가 틈인걸.” 바라보고 살아가기에 따라서 ‘틈’은 다르다. 너무 바쁘니까 틈을 못 내기도 하고, 너무 바쁘기에 틈을 내기도 한다. 남이 만들어 주는 틈이 아닌, 스스로 내는 틈이다. 그리고 이 틈이야말로 모든 일을 즐겁게 이루어 사랑스레 맺는 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틈을 내는 사람은 마음을 틔우니 눈길이 트고 생각을 새로 연다. 틈을 내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은 마음을 틔우지 못해 눈길도 생각도 새로 열지 못하거나 않는다. 보라, 책 하나 읽을 틈이 없는 사람하고, 책 하나 읽으려고 쪽틈을 내는 사람을. 또 보라, 꽃 한 송이 냄새 맡을 겨를이 없는 사람하고, 꽃 한 송이 냄새 맡으려고 길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앉아 들꽃에 코를 대는 사람을. 두 사람 틈에는 무엇이 있는가. 1999.9.1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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