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57. 가르다



  어릴 적부터 이쪽저쪽을 가르는 일은 내키지 않았습니다. 모두 하나가 되면서 어울리면 좋을 텐데요. 그렇지만 놀이를 하든 시험을 치르든 운동경기를 하든 언제나 ‘쪽가르기(편가르기)’를 해야 했습니다. 이때마다 머리를 싸맸어요. 언제나 같이 놀던 동무하고 다른 쪽으로 갈리면 어떡하지? 이때에는 남남처럼 굴어야 하나? 때때로 놀이동무하고 다른 쪽이 되어 맞붙어야 했고, 이때 놀이동무가 무척 세차거나 매몰차게 구는 모습에 힘들었습니다. 고작 국민학교 체육시간 편가르기 경기일 뿐이라지만, 어느새 사이가 틀어졌어요. 그 뒤로는 놀이 아닌 체육시간이나 운동경기가 매우 거북했고, 끼거나 하기 싫었습니다. 차츰차츰 자라며 ‘판가름’이란 말을 만났습니다. ‘가르다’하고 다르면서 비슷한 ‘가리다’란 낱말을 곱씹었어요. “똥오줌을 가리다”라든지 “옳고그름을 가리다”처럼 ‘가리다’를 쓰더군요. ‘갈래’나 ‘갈림길’ 같은 낱말을 혀에 얹고, 조금씩 생각을 뻗어 ‘가지·갖가지’나 ‘가다’ 같은 더 깊은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르든 가리든 좋거나 나쁜 길이 아닌, 우리가 무엇이든 몸으로 겪으면서 새롭게 헤아려서 알아내는 길이로구나 싶었어요. 가시밭길이든 꽃길이든 즐겁게 가자는 마음으로 ‘가르다’를 생각하면서 맞이하기로 합니다. 물살을 가르면서 나아갑니다. 하늘을 가르면서 날아갑니다. 앞을 잘 보려고 머리카락을 가르면서 눈을 반짝여요. 꿋꿋하게 가로질러요. 가로하고 세로가 만나면서 우리 자리가 새롭게 빛나요. ㅅㄴㄹ



가르다


가만히 있어도 알기에

그대로 있으며 좋기에

하나로 있어서 보기에

가르지 않고서 있구나


새롭게 알아갈까 싶기에

춤추며 놀러갈까 싶기에

다르게 보러갈까 싶기에

슬며시 가르면서 어울려


너랑 나랑 가르면서

재미나게 어울마당

너희하고 우리를 나누면서

더욱 넓게 푸르게 어울림판


어떤 느낌인지 판가름한다

어떤 결인지 가려내지

물살도 바람도 가르며 달려

가르마에 햇빛이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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