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9.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주디스 올로프/최지원 옮김, 라이팅하우스, 2019.8.20.



전주에서 하룻밤 묵고 일어나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 하고 살피는데 누가 은행나무 이야기를 쓴 글을 읽었다. 그이는 은행알이 더없이 ‘역겨운’ 냄새라고, 이 나무를 매우 싫어하는 빛을 드러냈고, 이 글에 참 많은 이들이 손뼉을 치며 반기더라. 이렇게 말하는 분은 바로 이런 말이 ‘따돌림(차별)’이자 ‘금긋기(적으로 여기는 매도)’인 줄 못 느낀다. 못 느끼니까 나무이든 사람이든 함부로 따돌리고 금긋는 말을 쏟아내겠지. 숲 어디에서도 은행알을 고약하게 안 여긴다. 그러나 숲은 시멘트 아스팔트 플라스틱 화장품 석유 배기가스 농약 비닐을 끔찍하게 여긴다. 더구나 숲은 이 모두를 끔찍히 여겨도 고이 품고 오래오래 삭여서 정갈한 알갱이가 되도록 바꾸어 낸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라는 책을 읽는데,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초민감자’ 가운데 아주 으뜸이더라. 어릴 적부터 늘 어디서나 그랬다. 사람 아닌 것이 으레 말을 걸고, 무생물이라 여기는 것도 언제나 속삭인다. 글판이, 연필이, 버스 손잡이가, 라면 빈 자루가 말을 건다. 나무도 풀도 벌레도 모기도 말을 건다. 아직 덜 배웠을 적에는 이 갖은 소리가 고단하고 무서웠으나, 이제 이 소리를 하나하나 가르면서 새롭게 배운다. 은행나무야, 부디 마음을 풀어 주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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