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유명 작가 : 그 사람이 유명 작가만 알고 나를 알지 못한다고 그 사람을 탓할 일이 없다. 그 사람이 유명 출판사 책만 사서 읽고, 그 유명 출판사에서 내는 그 유명 작가 책만 사서 읽는다고 그 사람을 나무랄 일이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유명 작가나 유명 출판사 사람을 한 판도 만난 적도 말을 섞은 적도 없으며, 바로 그 유명 작가하고 유명 출판사 이름만 읊는 이는 ‘아직은 안 유명 작가인 나’를 만나고 ‘아직은 안 유명 작가인 내 이야기’를 들으니까. 유명 작가 책만 사서 읽어 왔다는 분한테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유명 작가나 비유명 작가 책을 읽지 않아요. 우리는 언제나 우리 마음을 살찌우고 싶은 책을 우리가 오늘 알아볼 수 있는 우리 눈빛이며 마음결로 찾아서 읽을 뿐이에요. 다만 오늘 우리 손에 걸리거나 잡힌 책이 유명 작가 책일 수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 봐요. 다른 사람들이 다 말하니까 유명 작가라 하지만, 우리가 아직 그 작가 책을 안 읽었으면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모르는 작가’일 뿐이에요. 우리가 유명 작가 책을 다 읽었어도 ‘어느 작가를 읽었’을 뿐이에요. ‘유명·비유명’이란 허울은 우리를 살찌우는 이름이 아니에요. 그냥 허울이에요. 그분 책을 읽으셨든 제 책을 아직 안 읽으셨든 대수로울 일이 없어요. 어느 책을 읽으셨고 앞으로 읽으려 하시든, 그 책에 흐르는 사랑이라는 마음이 무엇인가를 잡아채시면 되고, 그렇게 잡아채신 사랑을 바로 오늘 이곳에서 우리 삶으로 녹여서 누려 보셔요. 그러면 되어요. 우리는 남한테 잘 보이려고 이쁜 옷을 입을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바로 나 스스로 즐겁거나 기쁘거나 신나게 춤추고 웃으려고 이쁜 옷을 입어요. 우리는 남 눈치 때문에 이쁜 옷을 입을 수 없어요. 우리는 오직 우리 스스로 이쁘게 가꾸면서 아름다운 하루를 짓고 싶으니 이쁜 옷을 살펴서 입어요. 바깥마실을 다니지 않고 집에만 머물러도 얼마든지 눈부시게 이쁜 옷을 입고서 설거지도 하고 책도 읽고 방귀도 뀌고 누워서 자면 된답니다. 남이 내 이쁜 옷을 알아봐 주어야 하지 않아요. 바로 내가 내 이쁜 옷을 보며 ‘나는 참 이쁘네’ 하고 속삭여 줄 수 있으면 되어요. 앞으로 이웃님이 마주하면서 읽으실 모든 책은 이웃님 삶을 사랑으로 지필 슬기로운 숲을 새롭게 들려주는 상냥한 이야기꽃이라면 좋겠습니다.” 2004.11.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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