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은행나무 악취 : 어느 지자체에서 길거리 은행나무에 이름표를 붙이면서 “꽃은 4∼5월에 잎과 함께 피고, 열매는 9∼10월에 익는데 악취를 풍긴다”처럼 풀이글을 새겼다고 한다. 이 풀이글을 읽은 적잖은 사람(어른)들이 옳거나 맞는 말이라면서 손뼉을 치고 좋아한다고들 한다. 깜짝 놀랄 일은 아니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서 은행나무한테 말을 걸어 보았다. 은행나무하고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저기, 은행나무야, 넌 어떻게 생각해?” “감옥.” “감옥이라니?” “사슬 번호.” “사슬 번호라니?” “인간세계 범죄자 표시.” “응?” “마녀사냥.” “으, 못 알아듣겠는데?” “너희(사람)가 좋아해서 늘 하는, 예수 십자가에 못박기.” “음.” “집단 따돌림.” “미안하다. 처음에 네 말을 못 알아들었어. 그런 뜻이었구나.” “그 푯말이 아니어도 늘 속이 아팠는데, 내 가슴에다가 죄수 번호에다가 따돌림말을 못박에 붙이니, 난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야. 내 열매가 고약한 냄새라면, 내 열매를 먹는 개미도 지렁이도 새도 모두 악취덩어리일 테지. 내 열매를 품고서 기름지게 거듭나는 흙도 악취덩어리일 테고.” “고맙다. 사랑한다.” 2019.1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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