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3.


《수역 下》

 우루시바라 유키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1.6.30.



우리 집에서 태어나 어느새 어른으로 자란 마을고양이가 다시 찾아왔다. 이 아이는 그동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썩 튼튼하게 태어나지 못하고 새끼 적에 버림을 받느라 우리가 이모저모 돌봐 주고는 ‘이제 네 길은 스스로 닦으렴. 사람 손에 길들지 말고.’ 하는 마음으로 내보냈다. 오래 굶은 듯해서 한 끼니는 주었으나 그 뒤로는 더 먹이를 주지 않는다. ‘여태 살아낸 길을 잊지 말아라, 넌 틀림없이 네 사냥 솜씨가 훌륭하단다.’ 적잖은 마을고양이는 사람 손길을 타지 않으면서 마을 언저리를 돈다. 그렇다고 마을에 쥐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양이는 모름지기 쥐를 모조리 잡지 않으니까. 《수역 下》를 읽었다. ‘물자리’ 뒷이야기인데, 높이 둑을 쌓으며 사라진 마을에 넋으로 떠돌다가 남은 아이를 둘러싼 삶을 그린다. 오래 가뭄이 들자 둑에 잠긴 옛마을이 드러났다지.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또 숱한 나라가 둑을 쌓는다며 오랜 마을을 집어삼키곤 한다. 이때에 사람들 넋은 어디에 깃들 만할까? 새집을 준대서 새살림이 될까? 누구는 예전 일을 잊을 테고, 누구는 예전 일을 가슴에 담을 테지. 살아가는 자리는 사랑하는 자리이다. 무엇으로도 못 빼앗는다. 사랑하는 자리는 꿈꾸는 자리이다. 이곳에서 새로운 숨결이 싹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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