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책방 여행기 - 서점을 그만두고 떠난
석류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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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06 : 이웃을 새롭게 만나면서 스스로 즐거운 책집마실


《전국 책방 여행기》

 석류

 동아시아

 2019.8.14.



“서점 운영 초창기에는 저희에게 영향을 많이 준 책들 위주로 입고했는데, 그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희가 읽어온 책들의 역사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23쪽/서울 ‘밤의 서점’)


“굳이 베스트셀러는 표시를 해놓지 않아도 알아서 독자들이 구매를 하는데, ‘베스트셀러 코너를 따로 만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오픈 전부터 많이 했어요 … 베스트셀러 코너를 만들지 않기로 했어요. 굳이 그 공간이 없어도 잘나가는 책들이기에 다른 책들을 더 비중 있게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125∼126쪽/구미 ‘삼일문고’)


“저는 다른 일을 안 하고 책방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닫힌 책방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하고, 청소 후에 차도 한잔 마시고 그러는 시간이 참 좋아서 계속 책방만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문을 열 때마다 해요.” (154쪽/순천 ‘책방 심다’)


“남녀노소에게 편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공생이라는 말이 한글을 잘 모르는 할머니나 어린아이들에게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어서 이름을 ‘오늘은 책방’으로 바꾸게 되었어요 … 새책은 저희가 원하는 인문학이나 문학 서적을 구비할 수 있는 게 장점이고요, 헌책은 여러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고, 어쩌면 버려질 수도 있었던 책이 책방으로 건너와서, 다른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좋은 것 같아요.” (238, 240쪽/경주 ‘오늘은 책방’)



  똑같은 이름인 큰책집이 나라 곳곳에 꽤 많습니다. 이들 큰책집은 어느 고장에서나 똑같이 생겼고, 책시렁도 거의 같습니다. 큰책집을 가만히 보면 ‘베스트셀러’가 가장 좋은 자리에 널따랗게 자리를 잡습니다. 이다음으로는 학습지하고 참고서가 널찍하게 자리를 잡아요. 새로 나오는 온갖 책을 한눈에 마주할 수 있다는 대목은 좋다고 할 테지만, 큰책집은 고장마다 다르거나 책집마다 다른 멋이나 맛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다 다른 이름인 마을책집이 나라 곳곳에 부쩍 늘었습니다. 이들 마을책집은 어느 고장에서나 다르게 생겼고, 책시렁도 다 다릅니다. 마을책집을 가만히 보면 ‘베스트셀러’가 없기 일쑤입니다. 그 마을책집에서 사랑받는 책을 돋보이는 자리에 놓기도 하지만, 마을책집에는 학습지도 참고서도 없습니다. 오직 ‘읽는 책’만 두는 마을책집이에요. 더욱이 마을책집은 그 고장에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이들 책을 눈여겨보는 터라 어느 마을책집으로 나들이를 가더라도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집마실을 이야기하는 《전국 책방 여행기》(석류, 동아시아, 2019)를 읽었습니다. 책집일꾼으로 지낸 적이 있다는 글쓴님은 책집에서 일할 적에는 다른 고장 다른 책집을 돌아보기 쉽지 않았다지만, 일을 그만두고 난 뒤에는 홀가분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고 해요. 이 책은 ‘책집 나들이’를 다닌 발자취를 들려주기도 하고, 여러 책집지기가 저마다 어떤 뜻으로 책집을 열면서 하루를 짓는가 하는 목소리를 고스란히 옮기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나라 곳곳 ‘○○문고 ○○지점’을 돌면서 목소리를 듣는다고 할 적에 다 다른 삶이나 이야기를 얼마나 들을 수 있을까요? ‘○○문고’를 비롯해서 누리책집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만나도록 잇는 구실을 합니다. 이러한 구실도 좋다고 여겨요. 그러나 큰책집은 책집지기나 책집일꾼이 책손님하고 만날 틈이 없다시피 합니다. 마을책집은 책집지기나 책집일꾼이 언제나 책손님하고 만나면서 온갖 이야기를 지피고, 책모임이나 책수다를 조촐히 펼 수 있어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바로 마을책집에서 누릴 수 있어요.


  마을책집 열한 곳 목소리를 옮기는 《전국 책방 여행기》는 책끝에 서른세 곳 마을책집을 짤막하게 알리는 글을 붙입니다. 얼거리나 줄거리를 보면 ‘책방 여행기’까지는 아니고 ‘책방 인터뷰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 다른 고장에서 마주하는 다 다른 마을책집을 글쓴님 스스로 어떻게 느끼거나 누렸는가 하는 이야기는 좀 얕습니다. 그래도 이 책이 다 다른 살림을 마주하면서 다 다른 우리를 느끼도록 북돋우는 마을책집으로 사뿐히 나들이를 다니는 이웃한테 조그맣게 징검돌 노릇을 하겠지요.


  다리품을 팔고, 찻삯을 들이고, 때로는 길손집에 머물기도 하면서, 책에 찍힌 값 그대로 두 손에 책 한 자락을 품으려고 나들이를 다니기에 책집마실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를 새삼스레 마주하고, 마을 한켠이나 멧골 한켠에 조용히 깃든 책집에서 숲바람을 마시려고 하는 책집마실이에요. 이웃을 새롭게 만나면서 스스로 즐거운 책집마실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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