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2.


《이중섭 편지》

 이중섭 글/양억관 옮김, 현실문화, 2015.4.10.



바깥일을 보느라 집을 하루이틀이나 여러 날 비워야 할 적에는 으레 그 고장 우체국을 찾는다. 우체국에서 돈을 찾기도 하고, 우리 집 아이들한테 엽서를 한 자락씩 띄운다. 아이들을 이끌고 바깥마실을 할 적에도 으레 우체국을 찾는다. 이때에는 “벼리야, 보라야, 우리 집 나무한테 엽서를 쓰면 어떨까?” 하고 묻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후박나무한테든 동백나무한테든 모과나무한테든 뽕나무한테든, 또 ‘우리 집’한테든 엽서를 쓴다. 제주마실을 하려고 광주를 거치며 들른 마을책집에서 《이중섭 편지》가 눈에 뜨였다. 한글 아닌 일본글로 썼다는 엽서에 적힌 이야기는 더없이 애틋하다. 온집안이 겪었을 아픔이며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 가깝다고 여긴 이가 돈을 떼먹을 적에는 얼마나 고달팠을까. 그렇지만 이중섭 님한테는 붓이 있었고, 우체국이 있었다. 보고픈 마음을 쪽종이에 알뜰히 담아서 띄웠다. 얘기하고픈 마음을 쪽종이에 살뜰히 그려서 보냈다. 우체국이라는 곳은 앞으로도 고이 이을 수 있을까? 주고받는 사람 사이에서 다리 노릇을 하는 ‘나름지기’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하고 돌아본다. 우체부도 택배일꾼도 아름답다. 제주마실을 하며 엽서 두 자락을 썼고, 우체통에 넣었다. 엽서는 언제쯤 아이들한테 닿으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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