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29.
《아름다운 손》
나해철 글, 창작과비평사, 1993.3.30.
광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일어난다. 길손집에 샛바람이 꽤 많이 들어와서 코가 시렸다. 바닥은 후끈하되 샛바람이 센 얼개는 여러모로 아쉽다. 다만 샛바람이 많이 드니 숨쉬기에는 좋은 셈이려니 여겼다. 새벽에 ‘빵’을 헤아리며 노래꽃을 한 자락 쓴다. 어제 찾아간 ‘산수시장 책빵’ 문틈에 이 노래꽃을 가랑잎하고 슬쩍 꽂아 놓는다. 광주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는 30분. 이만큼 날려고 하늘나루에서 꽤 오래 보낸다. 가만히 기다리면서 ‘섬’이 무엇인가를 헤아리는 노래꽃을 한 자락 쓴다. 기다리는 곳에서 생각을 가다듬으며 노래가 흐른다. 몸도 가볍게 풀면서 춤을 추어 본다. 시집 《아름다운 손》을 읽었는데, 글맛이 썩 좋지는 않다. 겉치레가 좀 많다. 구태여 멋을 안 부려도 시가 되고 노래가 될 텐데. 굳이 겉치레를 씌우지 않아도 아름다이 시요 사랑스레 노래가 될 텐데. 시집을 그냥 덮으려는데 끝자락에 김남주 님이 붙인 글이 있다. 아, 이 글이 있기에 이 시집이 빛나는구나. 있는 그대로 이 시집을 타일러 주는 목소리가 듬직하다. 참말로 김남주 님은 시인일 뿐 아니라 글꾼이요, 일빛이며 사랑손이네. 이런 손으로 낫질을 하면 볏줄기가 가멸게 누울 테고, 이런 손으로 붓을 쥐면 글살림이 가멸차겠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