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돼지는 탐욕인가 : 이 나라에서 흔히 ‘돼지 = 욕심, 탐욕’으로 빗대곤 한다. 남북녘이 으르렁거리는 동안 남녘에서는 북녘 우두머리를 ‘돼지새끼’로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물어보자. 돼지가 왜 ‘욕심’이거나 ‘탐욕’일까? 돼지한테 잘못하는 말이 아닌가? 사람들이 돼지를 좁고 지저분하며 어두운 시멘트 구석에 처박아서 구정물이나 찌꺼기만 잔뜩 먹여 살을 빨리 찌우고서는 돼지 속내나 삶하고 동떨어진 이름을 마구 붙이는 셈 아닌가? 빛도 없이 좁은 곳에 가두어 사람을 미치게 한다면, 사람도 미친 듯이 먹으려 하고 게걸스레 밥그릇을 움켜쥐려 한다. 돼지를 죽음수렁으로 내몰고서 돼지한테 막말을 퍼붓지 말 노릇이다. 돼지가 사랑하고 동떨어진 슬프며 아프고 괴로운 길로 가도록 내모는 사람이야말로 ‘욕심쟁이’에 ‘탐욕꾼’일 뿐이다. 2019.11.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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