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높은 담 : 높은 담에 부딪힐 적마다 “왜 이렇게 어렵거나 안 될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마음에 “나는 이 담이 높아서 못하거나 주저앉을 수밖에 없지!” 같은 생각을 심는 셈. 우리 앞에는 높은 담이 있지 않다. 가만히 보면 담조차도 아니다. 앞에 무엇이 있든 부딪혀야 할 까닭이란 없다.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일거리나 놀잇감이다. 얕은 턱을 폴짝 뛰어넘기도 하지만 제풀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턱이 높아서 걸려 넘어질까? 아니지. 담이 높대서 못 넘을까? 아니지. 높기에 넘을 만한 보람이 있는 담이면서, 그냥 담이니 옆으로 돌아가도 되고, 담이든 말든 척척 건너가도 된다. 무엇보다도 어떤 앞길이든 새롭게 맞이하는 일로 여길 줄 안다면 “해볼까?” 같은 생각을 마음에 스스로 심을 만하다. 이 마음이 될 적에는 그야말로 “해보면 되지!” 하는 생각이 자라나서 가뿐하게 우리 새길을 간다. 넘어져도 좋고, 쓰러져도 좋다. 넘어도 좋고, 돌아가도 좋다. 어떤 갈림길에서 어떻게 나아가도 모두 즐거운 오늘 하루요 우리 삶이다. 1993.3.5.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