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3.


《도토리시간》

 이진희 글·그림, 글로연, 2019.10.10.



이틀 사이에 두 곳 손님을 책숲에서 맞이한다. 어제는 강원 원주에서 마을책집을 꾸리는 분이 오셨고, 오늘은 고흥 풍남초에서 교감으로 일하는 분이 오셨다. 어제 오신 손님은 아이들을 몹시 좋아하고 말도 재미나게 섞을 뿐 아니라, 우리 사전하고 책도 잔뜩 장만하는데다가, 틀박이 학교가 얼마나 우리 마음을 망가뜨리는가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오늘 오신 손님은 아이들이 가까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전이며 책을 하나도 안 쳐다보는데다가, 부디 우리 집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와서 교육·문화 혜택을 받으라는 말만 했다. 책숲에 오시는 손님은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보면 어림하기 쉽다. 아이들은 어른들 기운을 바로 알아챈다. 우리하고 이웃이 되려는지, 우리한테서 뭔가 가져가거나 바라는 뒷셈이 있는지 이내 느끼면서 가까이하거나 멀리하더라. 《도토리시간》을 넘기며 생각한다. 우리 책숲이 인천이란 고장이나 다른 도시에 머물렀다면 이 작은 도토리 같은 보금쉼터 노릇을 하겠지. 그러나 우리 책숲이 시골에 있을 적에도 농약·비닐·기계·졸업장·이름값·은행계좌 같은 겉모습을 털어내고 홀가분히 마음을 쉬는 놀이터 구실을 할 테고. 모든 사람이 마당이며 다락이며 마루이며 뜨락이며 숲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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