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수첩을 접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1.12.)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강원도 원주에서 찾아오실 손님을 헤아리면서 책숲을 치우는데, 여태 어디로 사라졌는지 못 찾던 여러 가지를 갑자기 찾았습니다. 2010년에 인천을 떠나기로 하면서 ‘작은 인천사람으로서 이 고장 발자취와 얽혀 남긴 작은 살림’을 100 가지 간추려서 조촐히 펼친 적 있어요. ‘인천 서민 살림 전시회’였다고 할까요. 1980년대 국민학교 성적표나 건강기록부라든지, 식물채집 방학숙제 표본이라든지, 한일은행 저금통이라든지, 인천 토큰이라든지, 1990년대 첫머리 중·고등학교 가정통신문이라든지, 백일장 알림종이라든지, 어머니하고 신문배달을 하며 쓰던 종이라든지, 자잘한 생활기록입니다. 이런 예전 살림 가운데 1993년에 손으로 적바림해 놓은 ‘헌책방 다녀온 이야기’ 한 토막, 1995년에 대학교에서 ‘헌책방 순례 모임’을 꾸리려고 용을 쓰면서 학과방에 붙였던 알림종이까지, 새록새록 지난걸음이 떠오르는 것을 담은 상자를 열 해 만에 찾아냅니다. 원주 이웃님은 전남 광주에서 하룻밤 볼일을 보시고서 해질녘에 고흥에 닿았습니다. 책숲 옆마당에 더미로 쌓인 건축쓰레기에다가, 길을 움푹 파 놓아 드나들기 어렵게 해 놓은 모습을 함께 보시며, 고흥군청이 이곳에 하는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아이들하고 나란히 고흥읍으로 나갑니다. 저녁자리를 조촐히 누리면서 사근사근 이야기꽃을 폅니다. 작은아이는 원주 이웃님 모습을 그림으로 살뜰히 담아 주었어요. 이제 작은아이는 “난 사람을 못 그려.” 같은 말을 안 합니다. 작은아이는 저한테 반가운 이웃을 만나면 슥슥 ‘얼굴그림’을 멋들어지게 그려 주어요. 큰아이는 멧자락이 밤마다 눈을 뜨면서 사람을 지켜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도란도란 들려주고 들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북돋우니 더없이 즐거워, 오늘은 수첩을 접습니다. 말모으기 수첩도, 생각모으기 수첩도, 옆에 고이 두면서 별빛을 바라보는 저녁이 흘렀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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