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책을 눈감고 읽자 : 눈을 뜨지 못하면 책을 읽지 못한다고 여기겠지. 맞는 소리이다. 그런데 몸눈만 뜬대서 책을 읽지는 못한다. 마음눈을 떠야 비로소 책을 읽는다. 생각해 보라. ‘글씨읽기 = 책읽기’인가? 아니다. 글씨에 적힌 마음을 읽어야 비로소 책읽기이다. 다시 말해 ‘글씨읽기 ≠ 책읽기’요, ‘마음읽기 = 책읽기’인 얼개이다. 우리는 글쓴이 이름이나 펴낸곳 이름에 안 매이면서 오로지 마음을 읽어야 할 뿐이다. 글쓴이나 펴낸곳 이름이 아무리 높든 낮든 따지지 말 노릇이다. 그저 글씨마다 깃든 속내를 읽고 속뜻을 살피며 속길을 느껴서 우리 살림자리로 받아들이면 넉넉하다. 다시 말해 ‘몸눈은 감고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두 눈을 살며시 감고서 손바닥에 책을 얹어 보자. 마음눈을 뜨고서 이 책에 서린 기운을 읽어 보자. 몸눈은 가만히 감은 다음, 마음눈을 뜨고서 책을 한 쪽씩 넘겨 보자. 감은 눈으로도 마음을 볼 수 있겠는가? 감은 눈에서 어떤 마음을 느낄 수 있겠는가? 2002.9.1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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