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2.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김은영 글·김상섭 그림, 창비, 2001.7.30.



한창 새로운 어린이 사전을 쓰려고 갖은 자료를 모으고 책을 새로 읽던 2001년 무렵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를 처음 만났다. 그 뒤로 열여덟 해가 흐른다. 그때 만난 동시집을 새로 읽어 보지만 거북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동시를 쓴 초등교사는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더러 ‘풋고추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푹 찍어서 맛을 보라’고 하는데, 이 땅에는 김치뿐 아니라 풋고추이건 빨간고추이건 못 먹는 어린이나 어른도 많다. 왜 한국사람이 다 김치를 먹어야 하지? 왜 한국사람이 시뻘겋게 물들인 매운김치를 먹어야 하지? 이제는 이런 말을 함부로 뱉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마다 몸이 달라서 ‘삭힌 먹을거리’를 도무지 못 받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섣불리 김치를 먹이려 하지 말고, 그런 얘기를 이렇게 동시로 쓰지 말자. 어른으로서는 대수롭지 않고 ‘어떻게 한국사람이 그래?’ 같은 생각은 제발 접자.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르게 아름다우며, 시골아이도 서울아이도 서로 아름다운 줄 안다면 이제 눈을 다르게 뜨자. 배추로는 김치 아닌 부침개를 할 수 있고, 미역국을 배추로 끓여도 좋으며, 된장찌개도 좋다. 날배추를 아삭아삭 먹어도 되겠지. 배추 하나를 먹는 길이 여럿이듯, 동시도 이야기도 삶도 가르침도 배움길도 여럿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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