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한티재시선 14
변홍철 지음 / 한티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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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06


《사계》

 변홍철

 한티재

 2019.3.25.



  어디에 놓고서 못 찾는가 헤매던 꾸러미를 아주 쉽게 찾았습니다. 그 꾸러미를 그곳에 둘 적에 ‘여기에 두면 이내 찾겠지’ 하고 읊던 혼잣말이 생각났어요. 그 꾸러미를 한동안 잊었고, 뒤늦게 그 꾸러미를 찾아서 쓰려니 도무지 떠오르지 않더군요. 《사계》를 손에 쥘 적에 네 철이 흐르는 이야기를 만나려나 싶었으나 막상 네 철 이야기는 만나지 못합니다. 끝까지 읽고서 마당에 맨발로 서서 해바라기를 했습니다. 책이름에 ‘철’을 넣는다고 해서 철 이야기를 줄줄이 써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아직 철을 모르기에 철이 없이 지내는 삶을 쓸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철을 알고 싶어 부러 철이라는 낱말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시라고 하는 글을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철을 알아가고 느끼며 나누는 길을 글로 밝히기보다는 머리로 말을 엮는 글을, 삶이 피어나서 철철이 새롭게 자라는 기쁨을 절로 노래하는 길을 글로 옮기기보다는 머리로 말을 엮어 멋부리는 글을, 시라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교에서 시험공부로 배우고 외워야 하던 옛 시조도 이런 느낌이었어요. ‘배꽃’ 아닌 ‘이화’를, ‘달빛’ 아닌 ‘월백’을 읊던 길에서 몇 걸음이나 나아갔을까요. ㅅㄴㄹ



가령 새벽 세 시 넘어 만취해 들어왔다고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어머니에게 기술을 걸어, 골목 끝 민속식당에 같이 가서 해물칼국수를 먹고는 계산은 어머니가 하시도록 만든다든가. (작업의 기술/26쪽)


아이들 찾아오지 않은 지 오래된 / 놀이터 귀퉁이에서, 담배 한 대 / 피우며 하루를 돌아본다 (붉은 달/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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