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6.


《위대한 일은 없다》

 문숙 글, 샨티, 2019.10.18.



마당에서 볕바라기를 하는 동안 ‘마당’이란 이름을 붙여 노래꽃을 한 자락 쓴다. 오늘 따라 볕이 덜 폭하다 싶더니 바람이 좀 쌀쌀하구나. 해가 떨어지지 않았어도 방바닥에 불을 넣는다. 발바닥부터 따끈해지는 기운을 느끼며 《위대한 일은 없다》를 읽는다. 첫머리부터 나오는 ‘보잘것없다’라는 낱말이 재미있구나 싶어서, 이 낱말로도 노래꽃을 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이야말로 보잘것없지 않기 마련이요, 보잘것없다고 뒤로 미루는 일이 바로 대수로운 일이 되기 일쑤이다. ‘로데오거리’란 이름이 생뚱맞다고, ‘진달래길’ 같은 이름을 못 쓸 까닭이 어디 있느냐고 톡 짚는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이렇게 짚을 줄 아는 눈빛이 이 땅에서 이제는 반짝일 수 있구나. 사전을 쓰는 내가 이렇게 짚으면 시큰둥해 하는 이웃이 많았는데, 곳곳에서 이렇게 수수하면서 작게 목소리를 낸다면 가랑비로 온누리를 촉촉히 적시겠지. 문숙 님은 머리카락 손질을 남한테 안 맡긴 지 스무 해쯤 되었다고 한다. 난 스물여섯 해쯤 되었지 싶다. 삶이란 그렇다. 굳이 남한테 맡겨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짓고 누려서 나누고 펴면서 사랑하면 즐겁다. 스스로 지으니 스스럼없이 나눈다. 스스로 빛나기에 서로 모여 별자리가 되고 미리내도 온누리도 이룬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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