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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지 친구이야기
이와타 겐자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호미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백 가지 친구 이야기
- 글ㆍ그림 : 이와타 켄자부로
- 옮긴이 : 이언숙
- 펴낸곳 : 호미(2002.5.25.)
- 책값 : 8700원
그제 저녁, 모기가 하도 물어뜯어서 잠을 이루기 어려웠습니다. 꾹 참고 잠을 잤습니다. 엊저녁, 하는 수 없이 모기향을 태웁니다. 모기는 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기향 내가 머리를 어질어질 만듭니다. 그리고 모기향 내에 어질어질해 하며 갈 곳 몰라 하는 바퀴벌레 두 마리 신문을 똘똘 말아 때려잡았습니다.
― 달님의 친구는, 그래,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 (10)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길이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제 살림집이 있는 4층 마당에도 물기가 배어 있습니다. 비가 쏟아붓지는 않고 땅을 살짝 적실 만큼 왔군요. 이슬비라고 해야 할까 가랑비라고 해야 할까, 하늘에 짙게 드리운 먼지띠를 조금 씻어낸 비입니다. 아니, 비님입니다. 우리들 사람이 엉망진창으로 흐트려 놓은 뿌연 하늘을 말끔하게 씻어 주려는 비님입니다. 다만, 비님 마음씀만으로는 하늘이 맑아질 수 없어요. 어젯밤 잠깐 먼지띠를 씻었다고 하나, 우리들 사람은 오늘 하루 또다시 엄청난 자동차 배기가스며 갖가지 화학물질 담긴 쓰레기물이며 공해덩어리를 잔뜩 쏟아낼 테니까요.
― 나뭇가지가 벌거벗었다고? 자세히 보면, 가지마다 작은 겨울눈이 촘촘해.
나뭇가지의 친구는 작은 벌레들. 몸을 떨며 마음속 가득 눈을 틔우네. (28)
어느 분이었던가, 환경운동이 가야 할 가장 마지막 길이라면, ‘쓰레기가 되는 물건을 쓰지 않고, 무슨 물건을 쓰든 버리지 말며 어디에든 쓸모가 있도록 찾아서 쓰는 일’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책에서 읽었던가.
요사이 이 말을 곰곰히 되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동네 골목길을 거닐며 골목 어귀에도 모퉁이에도 구석진 데에도 쓰레기가 버려져 있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이 골목길에 사는 분들은 자기한테 소중한 삶터이기 때문에 쓰레기를 안 버리는구나. 보여도 자기들이 먼저 집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골목길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무슨 물건이든 그에 걸맞는 쓰임새를 찾아서 알뜰히 쓰지 않겠느냐 싶은 생각.
― “정말 그래,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야.” 물쥐가 속삭인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하늘 가득한 별님. (50)
오늘 하루를 맑게 비추어 줄 해님은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얼마쯤 있으면, 또는 하루나 이틀이나 며칠쯤 있으면 다시 얼굴을 드러낼 해님이겠지요. 못난 사람한테도, 잘난 사람한테도, 몹쓸 사람한테도, 착한 사람한테도, 더러운 사람한테도, 깨끗한 사람한테도, 늙은 사람한테도, 어린 사람한테도, 누구한테도 고르게 따순 볕을 내려주는 해님입니다. (4340.5.24.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