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19.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글/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5.9.15.



곁님이 큰아이하고 반죽을 한다. 반죽을 하면서 큰 솥에 물을 끓이고 푸성귀를 듬뿍 넣는다. 수제비를 솥 가득 끓인다. 반죽을 하면 할수록 반죽질이 익숙하고, 수제비를 뜯으면 뜯을수록 뜯음결이 나아진다. 가을볕은 뜨뜻하다. 열 시 무렵에 처마 밑에 누워서 볕바라기를 할라치면 어느새 땀이 솟는다. 땀이 나는 몸으로 마당에서 웃통을 벗고 해바라기춤을 즐긴다. 들마다 나락이 익고 나무마다 한가을 열매가 굵는 이 철은 엄청난 해가 흐른다. 여름에는 불볕이라면 가을에는 ‘알볕(알곡을 익히는 볕)’이라고 할까.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읽는다. 글쓴님은 영어를 내려놓고 이탈리아말로 글을 썼다고 한다. 글쓴님은 영어가 제 엄마말이 아니었단다. 엄마말 아닌 말이었기에 한결 수월히 내려놓았는지는 모를 노릇이지만, ‘작은 책’이라고 일컬은 ‘주머니 사전’은 우리가 지은 온갖 살림을 갖추린 꾸러미이다. 그러니 이 작은 꾸러미는 언제나 큼직큼직하겠지. 얇든 두툼하든 사전 하나에 흐르는 갖은 살림살이를 노래할 수 있다면, 글살림이며 말살림이 빛나겠지. 다만, 사전다운 사전이 먼저 있어야겠지. 살림빛을 담은 사전을, 사랑빛을 실은 사전을, 삶빛을 노래하는 사전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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