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연필을 그냥 : 어제 두 분한테 연필을 두 자루 빌려주었는데 못 받은 줄 아침에 깨닫다. 연필을 쓰려고 찾는데 여기도 저기도 없네. 그렇지만 여러 주머니에 연필을 늘 잔뜩 챙겨서 다니기에 두 자루를 돌려받지 못했어도 걱정이 없다. 내 손에서 사랑을 받던 연필은 어느 이웃 손으로 건너가서 새롭게 사랑을 받겠지. 앞으로 새로운 연필이 나한테 찾아올 테니, 내 연필을 그냥 가져간 분이 있더라도 좋다. 내 연필을 그냥 가져간 분은 어쩌면 깜빡 잊었을 테고, 어쩌면 글힘을 얻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내가 쓰던 연필을 이웃님한테 슬쩍슬쩍 드리고서 잊은 척해 볼까 싶기도 하다. 나야 새 연필을 장만하면 그만이니까. 내 곁에서 글힘이며 글사랑을 받은 연필이 고루고루 퍼지면, 글쓰기란 언제나 즐거운 놀이요 살림이자 사랑이라는 기운이 씨앗처럼 차츰차츰 퍼질는지 모른다. 2019.10.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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