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더듬쟁이였어 : 말을 더듬는 어린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나한테 나빴을까? 잘 모르겠다. 하나는 알 수 있으니, 말더듬이로 살아온 터라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마을 할아버지가 천자문을 가르쳐 주고 난 뒤에, 내가 더듬는 말씨는 거의 한자말인 줄 알았고, 쉬운 한국말은 말더듬이도 소리를 내기 쉬운 줄 깨달았다.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버스도 사람도 차도 거의 없는 새로 세우는 아파트마을로 집을 옮긴 바람에 날마다 네 시간 남짓 이 호젓한 길을 걸으면서 말더듬이로도 소리가 새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살았다. 짧은 혀에 더듬는 내 나름대로 소리를 알맞게 내거나 조곤조곤 말하는 길을 스스로 지었다. 내가 혀도 안 짧고 더듬쟁이가 아니었으면 어떤 길이었을까? 아마 나는 말 한 마디나 글 한 줄을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어린 나날을 살았을 테고, 말더듬으로 따돌림질이나 괴롭힘질을 받지 않았을 테며, 이렇게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동무나 어른들이 얼마나 한 아이를 들볶을 수 있는지 몰랐을 테며, 그 가시밭길을 견디거나 떨치는 길을 스스로 찾거나 알아내지 않았을 터인데다가, 한국말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을 만하지 싶다. 나쁘거나 좋은 일은 없지 싶다. 그저 바람처럼 흐르고 물결처럼 지나간다. 2019.10.1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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