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어린이책을 즐기는 어른 (2019.9.3.)

― 서울 성산 〈책방 사춘기〉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9길 30

https://www.instagram.com/sachungibook



  2017년 2월에 처음 문을 열고, 2018년 봄에 망원역 쪽으로 자리를 새로 튼 마을책집 〈책방 사춘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살가운 이름을 붙인 마을책집이 있는 줄 까맣게 몰랐어요. 더구나 〈책방 사춘기〉 책지기님이 ‘아침독서신문’ 일꾼으로 일한 적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때에 초롱초롱한 글빛으로 이야기를 꾸린 줄 새롭게 알았습니다.


  제가 쓰는 사전이나 책을 꾸준히 펴내어 주는 철수와영희 출판사가 있고, 이곳은 서울 망원역 곁에 일터가 있어요. 그동안 낸 사전하고 책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떤 새롭고 알찬 사전이나 책을 쓰면 좋을까 하고 이야기하려고 곧잘 서울마실을 하면서 망원역 쪽으로 찾아갑니다. 예전에는 망원역 곁에 책집이 뜸했어요. 헌책집 〈영광서점〉이 이쪽에 오래 있었는데 동묘 쪽으로 옮긴 지 한참 되었습니다. 누리책집 알라딘이 합정역 곁에 ‘알라딘 중고샵’을 열었기에, 가끔 이곳에 들러서 코코아를 마십니다. 서울에서는 무릎셈틀을 펼쳐서 글쓰기를 할 만한 마땅한 쉼터가 드문데, 합정역 알라딘 중고샵을 ‘코코아 마시며 글쓰기를 하는 샘가’로 삼곤 하지요.


  망원역 곁에 〈책방 사춘기〉가 2018년부터 진작 자리를 튼 줄 뒤늦게 알았지만, 이제부터 잘 알고 사귀면서 사뿐히 찾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참말 사뿐걸음으로 찾아갔어요. 굳이 망원역부터 합정역까지 걸어가서 코코아를 마시기보다는, 망원역에서 〈책방 사춘기〉 쪽으로 걸어가다가 조그마한 마을찻집 ‘커피 문희’에서 찻집지기님이 타 주시는 따뜻한 코코아를 누리고서 더 사뿐한 걸음으로 마을책집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오늘은 첫걸음이라면 머잖아 두걸음을 할 테고, 서울마실길에 가볍게 세걸음이며 네걸음을 하겠지요. 햇빛도 햇살도 햇볕도 골고루 스며드는 골목 한켠에 이쁘게 깃든 〈책방 사춘기〉 앞까지 걸어왔습니다. 책집에 들어서기 앞서 해님을 더 맞아들입니다. 이렇게 해가 좋은 날에 책집으로 가벼이 마실할 수 있는 일도 참 재미있구나 싶어요.


  어린이책이며 푸른책이며 그림책을 알뜰살뜰 여민 이곳이기에 더 마음에 듭니다. 어린이책이란 어린이부터 누리기에 참으로 허물없는 이야기꽃이지 싶어요. 푸른책이란 푸름이부터 즐기기에 참말로 스스럼없는 이야기나무이지 싶습니다.


  그림책 《봉숭아 통통통》(문명예, 책읽는곰, 2019)을 집어듭니다. 봉숭아가 통통통 춤추듯, 이 그림책을 눈여겨보고 집어들 이웃님 마음에도 통통통 춤추는 살림꽃이 피리라 생각해요.


  이다음으로 그림책 《식혜》(천미진 글·민승지 그림, 발견, 2019)를 집어들어요. 단술이란 마실거리를 이렇게 생각날개를 펴서 들려주어도 좋네요. 지식이나 정보를 가르치지 않고 이야기를 살살 엮어서 생각으로 가볍게 날아오르는 그림책이기에 어린이도 어른도 함께 둘러앉아 읽으면서 하하호호 수다잔치를 누리겠지요.


  그림책 《무슨 벽일까?》(존 에이지/권이진 옮김, 불광출판사, 2019)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두 눈에 들보를 스스로 쓰느라 참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이’가 어떻게 담을 뛰어넘으면서 스스로 새길을 즐겁게 노래하면서 나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책이란 대단하지요. 이렇게 깊고 너른 이야기를 부드러우면서 눈부신 붓결로 찬찬히 들려주어 어린이가 마음 가득 생각꽃을 키우도록 북돋우거든요. 더구나 푸름이나 젊은이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이 같은 그림책을 어린이하고 함께 읽으면서 새롭게 슬기를 틔우고 사랑을 바라보기도 해요.


  한 자락쯤 책을 더 고를까 싶어 《줄리의 그림자》(크리스티앙 브뤼엘 글·안 보즐렉 그림/박재연 옮김, 이마주, 2019)까지 집어듭니다. 이 그림책은 좀 아픈 이야기를 다룹니다. 마치 제 어릴 적을 보는 듯한 그림책인데, 온누리 곳곳에 아픈 어린 날을 보낸 이웃이 많은가 봐요. 저마다 다르게 즐겁고 가벼이 어린 나날을 누린 분이 있다면, 저마다 다르게 아프고 고단한 어린 나날을 누린 분이 있을 테지요.


  그렇다고 그림자가 나쁘다고 여기지 않아요. 그늘진 옛길이 나쁠 까닭이 없어요. 그저 그림자로 얼룩진 일을 겪었을 뿐이고, 그늘로 가려진 일을 치렀을 뿐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일어섭니다. 아이는 똑같은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상냥한 어른이 되는 꿈을 마음에 씨앗으로 품습니다. 아이는 사랑스런 어른으로 크는 길을 마음에 생각으로 심습니다.


  이 아이하고 손을 잡아 보시겠어요? 마을 한켠에서 해님을 듬뿍 받는 책집으로 가볍게 마실을 가서 우리 아이들 마음에 빛으로 스며들 노래꽃을 살몃살몃 한 자락씩 두 자락씩 만나 보시겠어요?


  마을책집에서 어린꽃이랑 푸른꽃을 보살피려는 손길로 하루살림을 짓는 책집지기 이웃님한테 손수 쓴 글꽃을 슬쩍 건넵니다. 열여섯 줄로 ‘동시’를 쓰는데요, 동시란 이름보다는 노래꽃이란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저는 제 글꽃을 노래꽃이란 이름으로 밝히면서 연필로 종이에 정갈히 옮겨서 내밀곤 합니다. 아름책을 만난 기쁨을 제 노래꽃이 부디 아름글로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드려요. 이야기를 얻기에 이야기를 드릴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흐르는 마을이기에 저마다 도란도란 모임을 엮고 맺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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