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10.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미카 아처 글·그림/이상희 옮김, 비룡소, 2018.10.15.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학교에서 숙제를 날마다 짐덩이로 안겨 주었다. 이때에 내준 엄청난 짐덩이 가운데 하나는 ‘동시 쓰기’였는데 우리가 스스로 우리 이야기를 쓰면 꾸지람을 들었고, 그무렵 교사란 어른들은 ‘동시집에서 멋지게 쓴 글자락을 베껴서 쓰’라고 시켰다. 동시란 그렇게 ‘말장난 동시집을 고스란히 베껴서 마치 내 것인 듯’ 치레하는 짓인 줄 알았다. 1990년대 첫무렵에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대학입시로 문학을 배우다가 참고서에 갇히지 않은 시집을 헌책집을 다니며 스스로 찾아 읽었고, 내 나름대로 내 이야기를 ‘시’라는 옷에 입혀 보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를 집어치울 즈음, 신문배달이란 일을 하는 내 하루를 혼자서 시로 담아 보곤 했는데, 이제 아이들을 돌보는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들하고 나눌 새로운 살림을 ‘노래꽃’으로 옮기곤 한다. 가만 보니 나는 늘 시를 꿈꾸어 사랑으로 꽃피우는 발걸음이었네. 한국말사전을 쓰는 길도 뜻풀이나 보기글이 모두 시가 될밖에 없으니. 그림책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을 만나고 살짝 눈물이 글썽했다. 다니엘을 비롯한 모든 아이들이 학습도구나 대학입시나 논술이 아닌, 스스로 사랑이 되는 슬기롭고 상냥한 숲바람을 노래로 부르면 좋겠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