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같은 책 : 헌책집에는 ‘같은 책’이 더러 들어와도 ‘똑같은 책’은 거의 안 들어온다. 이와 달리 새책집에는 ‘똑같은 책’이 늘 들어오지만 ‘같은 책’은 만날 일이 없다. 무엇이 다른가? 헌책집에 들어오는 ‘같은 책’은 “물건으로서는 같다”만 “읽은 사람 손길하고 숨결”이 다르다. 같은 책이되, 누구는 이렇게 정갈하거나 반듯하게 읽었고, 누구는 책을 함부로 다루거나 엉성히 만진 손길을 엿볼 수 있다. 사랑받은 책하고 사랑받지 못한 책을 느낄 수 있다. 사랑받을 책하고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책도 알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헌책집에서 마주하는 모든 책에는 다 다른 이야기가 흐른다. 헌책집으로 책마실을 가는 까닭이 뭘까? 더 값싸게 물건을 장만하려고? 아니다. 헌책집에서 마주하는 책 하나를 손에 쥐면, ‘같은 책’이어도 이렇게 다 다른 손길로 사랑을 실어서 삶을 누리는 눈빛을 만나면서 배울 수 있다. 책에서 삶을 보고, 책으로 사람을 보며, 책을 사랑으로 마주하는 길을 새삼스레 누리는 헌책집이라 할 수 있다. 2019.10.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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