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3.
《좁은 세계의 아이덴티티 1》
오시키리 렌스케 글·그림/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8.31.
돌개바람이 지나간 하늘이 눈부시다. 하늘도 뭍도 바다도 말끔히 씻어 주었겠지. 이렇게 씻은 하늘하고 뭍하고 바다에 우리는 어떤 손길을 뻗으려나? 한껏 맑게 피어나는 바람이 두고두고 맑을 수 있도록 마음이며 손길을 뻗을까, 아니면 다시 더럽히거나 망가뜨리려나? 《좁은 세계의 아이덴티티》 첫걸음을 읽는다. 어느새 두걸음도 나왔다고 한다. 좀 터무니없어 보이는 줄거리를 다루는구나 싶지만,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 일본에서라면 만화판이 이렇게 싸움판처럼 흐를 수 있을 테니까. 먹고 먹히는 사이요, 죽이고 죽는 마당이 될 수 있으니까. 이 줄거리를 다른 곳에 빗대면 어떠할까? 책마을이라든지 정치라든지 교육이라든지 사회나 법 같은 곳에. 우리는 싸움 아닌 나눔으로 일을 하거나 어울리나? 어른 자리에서 아이한테 기쁨이나 사랑이나 보람이나 노래를 보여주거나 물려주나? 온통 물음, 물음, 물음이 된다. 자꾸 묻고, 묻고, 묻는다. 좁은 판에서 나를 나답게 지키자면 싸울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좁은 마당에서 나를 나로서 돌보자면 주먹힘을 키울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누가 언제 이 싸움을 끝낼까. 네가? 내가? 우리가? 너희가? 돌개바람이 지나간 곳은 조용하다. 이 조용한 곳에 풀노래가 새삼스레 흐른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