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4.


《파도가 온다》

 안효림 글·그림, 반달, 2019.7.19.



가을로 접어들고서 《파도가 온다》를 넘기다가 생각한다. 아, 그래, 올여름에 고흥에서 관광철을 앞두고 바닷가 마실을 간 뒤, 따로 바닷가 마실을 더 안 했구나 하고. 이른바 관광철이라고 할 적에는 바닷가에도 골짜기에도 안 간다. 서울에서 악다구니처럼 일할 수밖에 없던 분들이 고기에 술에 먹을거리에 잔뜩 싸들고 시골로 와서는 흐벅진 막놀이판을 일삼으니, 이런 곳에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더라. 관광손님이 모두 사라진 가을 어귀에 비로소 다시 바닷가 마실을 한다. 바다란 참 재미나니, 조용조용 모래밭을 걷다가 물살 일렁이는 품에 가만히 안기면 한달음에 온몸을 적시면서 모든 앙금이나 찌꺼기를 확 씻어 준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한 바닷물에서 노닐다가 모래밭에 앉거나 누우면, 어느새 따사로우면서 상냥한 볕살이 온몸을 구석구석 찌르거나 간질이면서 보듬어 준다. 이 새로운 놀이랑 손길을, 시골사람뿐 아니라 서울사람도 좀 제대로 누리면 좋겠다. 여름 휴가철에만 반짝하고 찾아와서 술판이나 고기판을 벌이기보다는, 맨몸이나 빈손으로 바닷가로 찾아와서 가볍게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모래밭놀이를 누리면 좋겠다. 그저 이렇게 하기만 해도 온몸이며 온마음에 새로운 숨결이 샘솟을 수 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