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 ‘로하스’를 우리말로



[물어봅니다]

  저는 친환경이나 생태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로하스 모임도 하는데요, ‘로하스’라는 영어를 우리말로 풀어낼 수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어른도 우리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어 즐겁게 살아가는 길을 가면 좋아요.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스스로 푸른들이며 파란하늘 같은 마음으로 우리 터전을 한결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꾸면서 활짝 웃는 길을 가면 좋고요. 이러한 길에 마음이 있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저는 몇 해 앞서 ‘로하스(LOHAS)’란 말을 처음 들었어요. 이 낱말은‘로하스’는 2000년에 태어난 영어이고,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를 줄인 이름이라 합니다.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는 다짐을 찬찬히 풀어서 적은 뒤, 이 다짐을 손쉽게 말할 만하도록 ‘L.O.H.A.S.’, 이렇게 앞머리를 따서 이름을 엮었구나 싶어요.


  저한테 물어보셨듯이, 이 ‘로하스’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영어를 알맞게 줄여서 엮은 이름입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스스럼없이 쓸 테고, 뜻도 쉽게 와닿을 만해요. 그러나 한국에서라면 한국말로 먼저 다짐을 찬찬히 적어 보고서, 이를 알맞게 줄여서 새롭게 이름을 엮으면 되리라 느껴요. 이를테면 다음처럼 생각해 볼 만해요. “튼튼하게 오래오래 나아가는 삶”처럼 다짐을 한다면 ‘튼오나삶’이 되어요. “한결같이 즐겁게 가꾸는 삶”처럼 다짐을 한다면 ‘한즐가삶’이 되고요.


  줄여서 말할 적에 한결 듣기에 좋겠구나 싶도록 낱말을 엮어 보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저마다 새롭고 재미난 이름을 줄줄이 얻을 수 있습니다.


  또는 단출하게 새이름을 지을 수 있어요. 저는 ‘로하스’란 이름을 놓고서 ‘참살림·참짓기’나 ‘푸른길·푸른삶·푸른살림·푸른짓기’ 같은 이름을 지어 보겠습니다. 낱말에 뜻이 드러나는 그대로, 참답게 살림을 가꾼다면 ‘참살림’이라 하면 되어요. 푸르게 오래도록 삶을 짓는 길이라면 ‘푸른길’이라 하면 되지요. 참다이 짓거나 푸르게 짓는다는 다짐으로 ‘참짓기·푸른짓기’라 할 수 있어요.


  푸른 벗님이 몸을 담은 모임에서는 그 모임에서 쓸 이름 하나를 즐겁게 지으면 됩니다. 다른 분들은 다른 모임에서 다른 이름을 즐겁게 지으면 되어요. 로하스 모임을 한다고 해서, 모든 로하스 모임에서 똑같은 이름을 쓸 까닭은 없어요. 이곳에서는 “푸른길 모임”이라 하고, 저곳에서는 “푸른꽃 모임”이라 하고, 이쪽에서는 “참살길 모임”이라 하고, 저쪽에서는 “푸른삶 모임”이라 할 수 있어요.


  푸르며 아름답고 즐거운 살림길을 바라는 모임이라면, 모임에 붙이는 이름도 푸르도록 수수한, 아름답도록 수수한, 즐겁도록 수수한, 이러면서 말 한 마디도 푸르고 곱게 피어나도록 생각을 여밀 만합니다.


  꼭 어느 한 가지 이름만 써야 하지 않기에 여러모로 이름짓기를 이야기해 봅니다. 어느 모임이든, 여러 이름을 즐겁게 두루 쓸 수 있어요. 길게 붙인 이름 하나에, 앞머리를 딴 이름 둘에, 단출히 간추린 이름 셋에, 또 저마다 귀엽거나 상냥하게 가리키는 이름 넷에, 마음껏 이름짓기를 펼쳐 보셔요.


  이름이란, 우리가 사랑으로 부르고 싶은 말입니다. 이름이란, 우리가 아름답게 꿈꾸고 싶은 말입니다. 이름이란, 나를 비롯한 이웃이 새롭게 바라보고 느껴서 즐겁게 어우러지는 길을 찾고 싶은 말입니다. 이름이란, 작은 말 몇 마디를 씨앗으로 삼아서 온누리에 푸르게 피어나는 꽃이 흐드러지기를 바라는 사랑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한국말이라고 하는 씨앗 한 톨을 마음에, 혀에, 귀에, 눈에, 글씨로나 소리로나 상냥히 가다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튼튼하게 오래오래, 즐겁게 한결같이, 알뜰살뜰 아름답게, 오순도순 두고두고, 사랑으로 살림짓기, 살림짓는 사랑손길, 노래하는 살림길, 웃음짓는 살림꽃길, 푸른꽃길, 푸른꽃살림, 푸른꽃모임, 푸른꽃노래, 푸른꽃밭, 푸른꽃마을, 푸른꽃누리, 푸른꽃나라, 푸른꽃바다, 푸른꽃바람, 푸른꽃나무, 푸른꽃구름, 푸른꽃하늘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름은 줄줄이 태어날 만합니다. 어떤 이름을 살펴서 쓰든, 푸르게 반짝이는 별빛을 가슴에 담아서 환하게 노래하시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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