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 좋은 말이 따로 있을까



[물어봅니다]

  선생님 ‘우리말 바로쓰기’를 말씀하시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말을 쓰면 나쁘’니까, 이 나쁜 말을 쓰지 말고 좋은 우리말을 찾아서 쓰자고 하는 뜻인가요?


[이야기합니다]

  제가 2011년에 낸 이야기책에 붙은 이름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입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 붙은 이름도 있으니, 제가 푸른 벗님한테 ‘우리말을 바르게 쓰자(우리말 바로쓰기)’를 이야기한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푸른 벗님뿐 아니라 여러 어른 이웃한테도 ‘우리말을 바르게 쓰자’고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살짝 엉뚱할 만하지만, 왜 이렇게 할까요? 먼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뒷얘기를 듣기 앞서, 함께 눈을 감고서 1분쯤 생각에 잠겨 볼까요?


  자, 천천히 짚을게요. ‘바르다’를 먼저 생각합시다. 무엇이 바를까요? 바른말이나 바른길이나 바른삶이란 무엇일까요? 말보다 우리가 걸어갈 삶길이 바르지 않으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우리 살림이나 사랑이 바르지 않다면? 정치나 행정이 바르지 않다면? 사회나 문화나 복지나 평화나 평등이 바르지 않다면?


  여러분, 바르지 않은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요? 이렇게 따지면 아마 모든 분들이 ‘바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리라 생각해요. 그러면 이제 말을 살펴요. 바르지 않아서 민주도 평등도 평화도 없는 나라가 아름답지 않다면, 바르지 않은 말도 안 아름답겠지요?


  다음을 짚을게요. 아름다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갈 길을 살폈다면, 아름다운 삶길이나 나라나 마을이나 평등이나 민주나 평화를 즐겁게 가꾸거나 돌보는 길을 찾을 만합니다. 아름답기만 해서는 빡빡하거나 심심해요. 어렵거나 딱딱하지요.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도록 우리가 마음을 써서 할 일이란 ‘즐거움’이지 싶어요. 즐겁게 손잡는 평등, 즐겁게 이루는 평화, 즐겁게 싹틔워 돌보는 민주, 즐겁게 나누는 마을, 즐겁게 함께하는 나라, 이러한 결처럼 즐겁게 주고받는 말이랍니다.


  다음을 볼게요. 아름다움하고 즐거움이 있으면, 이제 무엇을 헤아릴까요? 바로 사랑입니다. 아름답고 즐거우니, 이 숨결을 사랑으로 보듬거나 펼 만해요. 모든 놀이도 배움도 일도 살림도 사랑으로 할 적에 웃음이 피어나요. 차분하거나 조용하게 즐거움을 맛보며 말을 폈다면, 이제 다같이 기쁘게 웃음꽃에 춤마당에 잔치판이 벌어지도록 사랑을 담아서 삶길이며 마을이며 나라이며 지구별이며 북돋울 빛을 그려 봅니다. 이러한 결을 말에도 고스란히 담지요. 사랑으로 쓸 말입니다. 사랑으로 쓸 글이지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까지 맞추면 더 좋습니다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좀 틀리더라도, 더 낫거나 좋은 말은 아직 모르더라도, 사랑으로 말하고 글쓰면 그야말로 눈부시게 빛나는구나 싶어요.


  ‘이런 말을 이렇게 쓰니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이런 말이어서 나쁘다’기보다는 ‘이런 말을 쓸 적에는 이러한 기운이 우리 마음으로 스며든다’고 이야기하겠어요. 이를테면, 거친 말을 떠올려요. 깎아내리거나 얕보거나 괴롭히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말을 혀에 얹거나 귀로 스미면 어때요? 소름이 돋거나 싫거나 짜증스럽지 않습니까? ‘어느 말이 나쁘다’가 아닌, ‘어느 말에 깃든 기운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갉아먹을 수 있다’고 느껴요. 좋은 말 나쁜 말이 따로 있기보다는,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다 달라지는 말이에요.


  예부터 나이든 어른들은 “아이구 내 새끼!” 하면서 진득한 사랑을 나타냈습니다만 ‘새끼’란 낱말 앞에 아무 말이나 붙이면 끔찍한 막말도 되어요. 같은 말이어도 담는 기운이 확 바뀝니다.


  더 좋은 말을 찾지 않아도 되어요. 하루하루 즐겁게 삶을 가꾸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말을 가꾸는 눈빛하고 입하고 손이 되면 반갑습니다. 처음부터 가장 멋지거나 빛날 만한 말을 찾지는 말아요. 우리 느낌이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서로 어깨동무를 할 만한 말을 살펴서 차근차근 풀어내는 이야기를 하면 반갑습니다. 일본 한자말을 안 써야 하거나, 번역 말씨를 걷어내야 하는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스스로 이루거나 일구고 싶은 길을 즐겁게 담아낼 만한 말글을 바로 우리가 스스로 찾고 가꾸면서 사랑으로 펼 적에 저절로 빛나는 말글이에요.


  노래할 만한 삶으로 말을 해요. 웃고 춤출 만한 몸짓으로 글을 써요. 푸른 벗님 입이며 손에서 노래가 되는 꽃 같은 말글이 흐른다면, 모두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럽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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