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7.


《불가사의한 소년 6》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대원씨아이, 2008.6.15.



무화과알을 딴다. 손에 닿는 가까운 곳은 아이들더러 따라 한다. 살짝 높으면 가지를 슬슬 잡아당겨서 무화과알을 옆으로 비틀듯이 돌려서 툭툭 따고는 가지를 놓는다. 무화과나무는 가지가 얼마나 탱탱한지 모른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 따다가, 돌담에 서고 줄기를 붙잡고서 딴다. 도무지 손에 안 닿는 곳은 그대로 둔다. 무화과발벌이며 나비이며 갖은 새에다가 풀벌레랑 개미가 찾아와서 먹겠지. 신나게 훑은 무화과알로 잼을 졸인다. 올해로 두 솥째. 그동안 모은 유리병이 하나둘 찬다. 이듬해에 쑥잎을 덖으려면 유리병을 더 모아야겠다고 느낀다.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기다리며 《불가사의한 소년》 여섯걸음을 읽는다. 수수께끼 아이는 어제오늘을 넘나들고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면서 묻는다. ‘삶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이냐’고. 만화책을 읽다가 살짝 한눈을 파느라 보글보글하다가 넘치는 줄 몰랐다. 아아, 아까운 무화과잼! 넘친 잼은 행주로 닦아낸다. 잼을 하자면 곁에서 오래 지켜보아야 하지. 그런데 어떤 살림이든 다 그렇다. 오래오래 지켜보고, 두고두고 아끼고, 차근차근 건사할 적에 비로소 살림이 된다. 아이들하고 곁님이 가을 지나 겨울에도 두고두고 누리기를 바라며 잼을 졸인다면 더 마음을 쓰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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