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3.


《무슨 벽일까?》

 존 에이지 글·그림/권이진 옮김, 불광출판사, 2019.



어느새 열흘쯤 지나간 서울마실길에 장만한 그림책 가운데 《무슨 벽일까?》를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게 읽는다. 읽고 또 읽고 또 보고 다시 보고 자꾸 들춘다. 그만큼 이야기를 잘 짰고, 줄거리도 알뜰하다. 다음쪽으로 넘어가면 어떤 판이 될까 하고 궁금한 마음이 들도록 알맞게 짚기도 한다. 담이란 무엇일까? 넘지 못하도록 막는 구실도 하겠지. 담이란 뭘까? 넘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세우는 노릇도 하겠지. 담이란 뭐지?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면 춥거나 달갑지 않으니 조금쯤 가려서 안쪽을 포근히 돌보는 몫을 하겠지. 곰곰이 보면 숲에서는 갖은 풀이랑 나무가 담이면서 싱그러운 숨결이다. 울타리란 참 상냥하다. 풀밭이나 나무로 이룬 울타리일 적에는 부드러우면서도 든든하다. 이 너머로 아무나 들이지 않되 누구나 착하고 참다운 마음이라면 언제라도 기꺼이 맞아들인다. 우리가 하늘빛을 담은 바람결 같은 목숨으로 산다면 울타리나 담이란 없어도 되겠지. 우리가 서로 하늘하늘 산들산들 춤추고 노래할 줄 아는 넋이라면 언제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보금자리를 가꾸겠지. 넘지 못할 담이란 없다. 넘어서도록 하려고 담을 세운다. 저 너머를 느끼면서 보라는 뜻으로 굳이 담이란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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