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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자매 이야기 3
카즈토 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 책이름 : 빈곤자매 이야기(1권∼ )
- 글ㆍ그림 : 이즈미 카즈토
- 옮긴이 : 서현아
- 펴낸곳 : 학산문화사(2006년부터∼ )
- 책값 : 한 권에 4000원씩
[킨코] (속생각) 절약은 잘하고 있는데, 왜 마음이 편치 않을까?
[쿄우] (꽃관을 만들어 씌워 주며) 아스, 잘 어울리네!
[아스] 정말?
[긴코] 꽃 같은 걸 갖고 놀 틈이 없어. 언니, 가요!
[아스] 이 꽃은 먹을 수 있거든.
[긴코] 뭐?
[아스] 새콤하게 무치면 맛있어. 저녁 반찬이 생겼네!
[킨코] 절약이 되잖아! 절약을 하면 힘들 텐데. 왜 저렇게 즐거워 보일까? 우리는… 〈3권 27∼29쪽〉
부모님 집을 나와 홀로 살림을 꾸리기를 열세 해. 그동안 어느 하루도 돈에 쪼들리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돈 50원을 쓰더라도 끙끙 앓았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도, 속으로는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 갑니다. 지금 나한테 남아 있는 살림돈이 얼마인가를 헤아리며 물건을 하나하나 사야 할 때에는, 책을 살 때에는, 반찬거리를 마련할 때에는, ‘안 돼. 허리띠를 더 졸라야 해’ 하면서 도리질을 칩니다. 밥상에 반찬 두 가지를 차리고 싶으면 한 가지만 차립니다. 설거지를 할 때에는 물 한 방울 덜 쓰려고 하며, 빨래를 하면 한 번 더 입고 빨려고 합니다. 사고픈 옷이 왜 없겠습니까만, 되도록 행사장에서 거저로 나눠 주는 옷을 얻어서 입고, 남들이 안 입게 된 옷을 받아서 입습니다. 찻삯은 어쩔 수 없이 나간다지만, 이 찻삯을 줄이고자 자전거를 자주 몰게 되었고, 사진을 찍으며 사진 뽑는 돈을 줄이려고 필름스캐너를 장만합니다.
마음놓고 돈을 써 본 일이 없지만, 마음놓고 돈을 쓰고프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놓고 하고픈 일은 돈쓰기가 아니라, 내 삶을 가꾸기라서 그렇습니다. 나한테 반가울 일을 하는 데에 마음을 쓰고 싶습니다. 나한테 반가울 사람을 만나는 데에 마음을 쓰고 싶습니다. 나한테 반가울 책을 사는 데에 돈을 쓰고, 이 책을 읽는 데에 마음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돈씀씀이는 줄고, 비싼 밥하고는 멀어지게 되네요. 술 한 잔을 마셔도 싼 술을 마시고, 싼 술을 마셔도 한 잔 덜 마십니다. 술을 한 잔 덜 마시니 술은 금세 깨고, 몸에도 한결 짐스러움이 적습니다.
누군가 저한테 묻습니다. “최종규 씨한테는 돈이 1억 생기면 어떻게 쓰겠어요?” “음, 글쎄요. 그 돈을 언제 다 쓰지요? 돈을 쓴다면, 더는 살림집을 옮기지 않고 살아도 되게, 조그마한 집 한 칸 사는 데에 쓰고 싶어요.” 하고 대꾸하고 싶은데, 요즈음 세상살이를 보아하니, 아무리 집임자가 되어도 재개발을 하면 고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더군요. 그래, 집을 사 보았자 똑같이 되겠데요.
1억 원이 아니라 1천만 원을, 또는 1백만 원을 선뜻 안겨 준다고 해도, 그저 통장에 집어넣을 뿐, 달리 쓰고픈 데가 없습니다. 오로지 둘, 읽고픈 책을 살 때 돈 조금, 찍고픈 사진을 찍을 때 필름 조금. (4340.5.1.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