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5.


《봉숭아 통통통》

 문명예 글·그림, 책읽는곰, 2019.8.1.



초등학교로 이야기꽃을 펴러 찾아가지 않더라도, 읍내 초등학생을 스칠 적에 으레 보는데, 요새는 열한두 살 어린이도 얼굴에 꽃물을 들이려 한다. 민얼굴이 얼마나 고운가를 바라보려 하기보다는, 화장품집에서 산 꽃물을 어른스럽게 바르려 하기 일쑤이다. 가만히 보면 얼굴에 뭘 바른 아이나 어른은 얼굴을 자주 씻지 못한다. 아니,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못 씻는다. 땀이 흐르든 도시에 가득한 먼지가 묻든 그대로 두거나 새로 뭘 바르기만 한다. 틈틈이 물로 씻고 바람을 쏘이며 해를 먹고 꽃내음하고 풀내음을 맡을 적에 얼굴빛이 고운 줄 알려주거나 일깨우는 슬기로운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마실을 하며 《봉숭아 통통통》을 눈여겨보고서 장만하니 책집지기님이 문득 “요새 아이들은 봉숭아란 풀을 본 적이 없어요.” 하고 말씀한다. 처음엔 “설마?” 하는 생각이었으나 요새 아이들뿐 아니라 요새 어른들도 집 둘레에서 봉숭아를 아예 못 보다시피 하겠다고 느낀다. 적어도 오랜 골목마을에서 산다면, 걸어서 마을길을 누린다면, 골목꽃으로 돌틈에 핀 봉숭아를 만날 텐데, 자가용을 타고 버스랑 전철에 몸을 싣고 지하상가로 돌아다니면, 이 고운 들꽃이 얼마나 우리를 싱그러이 물들이는가를 느끼지도 누리지도 못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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