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8.


《행복의 히나타 식당》

 우오노메 산타 글·그림/한나리 옮김, 애니북스, 2018.9.7.



저녁이 이슥하다. 두 아이는 곯아떨어졌다. 곁님하고 둘이 부엌에 마주보고 앉는다. 곁님은 뜨갯거리를 챙겨서 뜨개질을 한다. 나는 땅콩 몇 알을 된장에 찍어서 씹다가 만화책을 편다. 두 사람은 저마다 저 하고픈 일거리를 누리면서 드문드문 말을 섞는다.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할 적에도 좋은데, 이렇게 둘이 따로따로 저 하고픈 대로 하면서 뜨문뜨문 말을 섞어도 좋네. 《행복의 히나타 식당》을 읽었다. 다 읽고서 두걸음도 있으려나 알아보니, 한걸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더라. 아, 어쩐지 아쉽다. 해묵은 사슬을 두 눈 질끈 감고서 끊어내어 새길을 걸으려고 나선 한 사람, 이 한 사람한테 찾아가서 다시 예전 집으로 돌아가서 새살림이 되어 보자고 묻는 한 사람, 두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을 조금 더 그려 주면 좋겠는데. 이 만화, 그냥 그릴 수 있는 만화가 아니라고 느낀다. 엄청난 생채기를 더욱 엄청난 사랑으로 녹여낸 발걸음이 있지 않고서야 그려내지 못할 만화라고 느낀다. 몰매질을 견디어 낸 몸짓만이 아니다. 아이를 지키려는 사랑이란, 바로 내가 나를 지키며 어버이로서 사랑을 아이한테 온몸으로 가르쳐서 물려주려고 하는 몸짓이다. 아기를 업고 밥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오롯이 사랑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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