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17.


《자학의 시 1》

 고다 요시이에 글·그림/송치민 옮김, 세미콜론, 2009.12.15.



살면서 더러 “너나 잘해.”나 “그대나 잘하셔요.” 같은 말을 떠올린다. 누가 나나 아이들이나 곁님한테 이 말을 들려준다면 “네. 저는 저부터 잘하려고 합니다.”라든지 “네.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대로 잘하려 할 테니, 그대도 그대 삶을 바라보면서 그대 할 일을 잘해 보셔요.” 하고 대꾸한다. 만화책 《자학의 시》 첫걸음을 몇 해째 띄엄띄엄 읽는지 모르겠다. 책이름으로도 드러나듯이 ‘스스로 깎아내리는’ 삶을 노래(시)한다고 하니, 얼마나 읽기 어려운지 모른다. 그런데 이 만화책을 보는 내내 떠오르는 말이란 바로 “너나 잘해.”였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두 사람은 아마 두 사람끼리 그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 길’이지 않을까? 툭하면 밥상을 뒤집고 집안에 있는 돈을 다 털어서 술에 도박에 빠져드는 사내는 어쩌면 그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 길일 테고, 이런 사내가 좋다며 같이 사는 가시내도 아무래도 그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 길일 수 있다. 콩켸팥켸를 따질 일은 없겠지. 살기 나름이면서 사랑하기 나름이다. 파란띠제비나비더러 너는 왜 후박잎만 먹고 사느냐고 물을 수 없다. 범나비더러 너는 왜 초피잎만 먹고 사느냐고 나무랄 수 없다. 저마다 가장 아름다운 터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샘물을 길어올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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