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 오상룡 시전집
오상룡 지음 / 최측의농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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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8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오상룡

 최측의농간

 2019.5.30.



  마당 한켠에 참외꽃이 핍니다. 고빗사위를 지난 여름이 조금씩 저무는 이즈음 뜬금없을 수 있는 참외꽃인데, 이 꽃은 아이들이 심어서 피운 셈입니다. 아이들이 참외를 깎아서 먹으려다가 좀 쉰 듯하다며 마당 한켠 풀밭에 던졌는데, 어쩐 일인지 이 쉰 참외에 있던 씨앗 한 톨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더니 노란 꽃송이를 잔뜩 터뜨려요. 작은아이는 열흘쯤 참외꽃을 신나게 들여다보더니 종이를 길에 오려 참외덩굴을 짓고, 노란 꽃송이를 하나하나 붙여요. 드디어 1미터가 넘는 ‘참외꽃 종이인형’을 빚습니다. 이모가 갓 낳은 아기한테 선물로 주겠다고 합니다.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는 “시는 사랑글이다” 하는 말로 첫머리를 엽니다. 이 대목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참말로 시는 사랑을 써서 띄우는 글이지 싶습니다. 누가 받을는지는 모르더라도, 이 시라는 글을 받을 사람들이 모두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나누다가 사랑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노란 참외꽃 같은 글이지 싶어요. 시쓴님은 1974년에 태어나서 2004년에 흙으로 돌아갔다고 해요. 이녁 해적이는 “1974년 출생, 2004년 타계.” 이렇게 두 줄입니다. 마침 ‘그의 연보’라는 시가 있어요. 사랑을 띄우는 손으로 개울가 조약돌을 줍는, 시요 글이며 노래입니다. ㅅㄴㄹ



詩는 연애편지다 하는 말에 나는 동의하네. 간절하지만 끝이 없는 그 무엇에 대한 짝사랑. (자서/10쪽)


연보 이외의 사생활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가 죽고 나면, 호기심에 들뜬 연구자들이 그 짧은 연보를 과도하게 분석할 것이다. 그의 친지와 동창생 들을 만나 세세한 이력을 들춰낼 것이다. 개울가에 버려진 조약돌의 생김새로 난해하게 뻗어가는 물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예측해낼 것이다. (그의 연보/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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