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문학의전당 시인선 249
최경순 지음 / 문학의전당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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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96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최경순

 문학의전당

 2017.2.20.



  곁에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 하고 헤아리다 보면 으레 놀랍니다. 참으로 많거든요. 이웃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무이기도 하고, 꽃이나 풀이기도 하며, 벌레나 새나 벌나비이기도 합니다. 온갖 이웃은 온갖 살림살이를 다 다르면서 저마다 재미있게 가꾸는구나 싶어요. 아마 이 이웃들이 보기에 저도 숱한 이웃 가운데 하나가 되겠지요.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를 덮고서 떠나보낼 즈음 세찬 바람이 찾아왔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 말로는 세차다지만, 제가 보기에는 가볍습니다. 이만 한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앞에 세차다거나 드세다거나 무섭다는 말을 붙일 수 없다고 느껴요. 나무가 휘청거린다든지, 새가 날아오르지 못한다든지, 아이들이 까르르거리면서 둥실거리는 바람쯤 되어야 세차다고 할 만하다고 봅니다. 낮에는 낮대로 하얀 구름떼를 날리는 바람을 보고, 밤에는 밤대로 별빛을 머금고 까맣게 물드는 구름밭을 바꾸는 바람을 봅니다. 이 바람에는 어떤 숨결이 흐를까요. 이 바람을 같이 쐬는 이웃은 어떤 하루를 지을까요. 이 바람을 함께 타며 노래하고 싶은 이웃은 어디에서 어떤 눈길로 나무를 어루만질까요. 나무를 바라보고 바람을 마시면서 쓰는 시 한 줄은 그윽합니다. ㅅㄴㄹ



창가에서 바라보는 감나무 한 그루 / 아침 새소리에 / 나뭇잎들이 팔랑팔랑 대꾸를 하고 있다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34쪽)


새벽바람이 / 나무를 깨우고 나를 깨운다 / 새벽빛은 마음을 정갈하게 해준다 (다림질/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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