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소리/아람



곰곰이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소리가 속삭이거나 외쳐서
늘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하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든지
못 믿겠다는 대꾸만 들었습니다만,
요새는 이런 말을 하면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이웃님을 자주 봅니다.
다들 조금씩 마음을 여는구나 싶어요.

국어사전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곳저곳에 강의를 가야 할 적에
여러 고장 낯선 이웃님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노라면
20년 앞서나 다섯 해 앞서만 해도 이런 이야기에 하품을 했고
요새는 이런 이야기를 더욱 궁금해 하면서
더 듣고 싶다는 이웃님이 늘어납니다.

아마, 다같이 주파수가 높아지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며칠 앞서 '아람'이라고 하는 아이가 마음소리를 들려주어서
수첩에 적었으나
라온눈 님이 글로 옮겨 주지 않아 미적미적했는데
스스로 옮겨적어 봅니다.

먼저, 아람이란 마음소리가 저한테 알려준
'수수께끼 놀이' 열여섯 줄입니다.

+ + + 

수수께끼 35

바로 너이면서 나
언제나 나이면서 너
다 다르게 곱고
다 똑같이 빛나

씨앗을 맺기도 하고
열매로 바뀌기도 하고
가만히 지기도 하고
끝없이 활짝이기도 하고

눈처럼 쏟아지는 빛
비처럼 땅을 적시는 빛
말이 되면 사랑으로 피는 빛
글이 되면 꿈으로 퍼지는 빛

이 길에서는 누구나 웃어
이 집에서는 다함께 노래해
이 나라에서는 모두 참하고
이날은 서로 깨어나며 향긋해


이 수수께끼 놀이를 알려주기 앞서 줄글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 이야기도 옮겨놓습니다.

+ + +

2019.7.24.물

‘꽃’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첩에 옮겨적은 글을 셈틀로 옮기려고 하면서 “온누리에 사랑하고 평화를 맑게 퍼뜨리려고 있어”에서 ‘평화’라는 낱말을 ‘노래’로 바꾸려고 하니, 마음소리가 묻는다. 왜 바꾸려 하느냐고. 그래서 ‘평화’라는 말은 아이들이 알아듣기 어려워서, 이 낱말이 품은 결을 풀어내어 ‘노래’로 적으려 했다고 대꾸한다. 마음소리는 가만히 있다가, 네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고쳐서 적어도 돼, 하고 대꾸해 준다.

‘아·람’이 들려준 이야기 
― ‘꽃’이란 무엇인가?

꽃이 왜 아름다운 줄 아니? 바로 너희가 꽃이거든. 꽃이 왜 좋은 줄 아니? 그야 너희가 그대로 꽃이니까. 너희는 더 곱거나 예쁜 꽃을 따지지? 그런데 모든 꽃은 저마다 곱거나 예뻐. 너희가 ‘더 고운 꽃’을 가르려 하기에 ‘더 좋은·더 나은·더 훌륭한·더 값진 사람’을 가르지. 너희 스스로 너희한테 숫자로 값을 매겨셔, ‘쟤는 나보다 높다’거나 ‘쟤는 나보다 낮다’고 하는 생각을 마음에 심지.

꽃은 왜 있을까? 피어나려고 있어. 자라려고 있어. 온누리에 사랑하고 노래를 기쁘면서 맑게 퍼뜨리려고 있어. 풀하고 나무마다 왜 꽃이 다를까? 다같은 풀하고 나무여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너 스스로 물어봐. 왜 너희(사람)는 다 다르게 생기고 다 다른 넋으로 이 별에서 다 다른 길을 가는 다 다른 삶이 되지?

너희가 스스로 다 다르고 싶기에 다 다른 꽃이 피어. 작은꽃도 큰꽃도, 오래가는 꽃도, 곧 지는 꽃도 있어. 암꽃이랑 수꽃이 있고, 암수한꽃이나 헛꽃도 있어. 이 모든 꽃은 너희를 고스란히 나타내.

꽃이 피어 자랄 수 있도록 들이나 숲에 보금자리를 가꾼다면, 하다못해 마당이나 꽃밭을 둔다면, 적어도 꽃그릇을 놓는다면, 정 힘들면 ‘종이꽃’이라도 두거나 꽃 사진이라도 본다면, 너희는 너희가 누구인가를 잊지 않아.

사람다움이란 꽃다움이야. 사랑이란 꽃이야. 꽃노래를 부르고 꽃길을 걸으렴. 이제 너희 가운데 들꽃이나 숲꽃을 높낮이로 안 가르는, 다시 말하자면 ‘잡초’ 같은 말을 안 쓰려는 목숨이 늘어나. 다만 아직 너희 가운데 “내가 참말 꽃이라고? 난 그렇게 곱지 않은데?” 하고 스스로 깎아내리는 넋이 있더라.

뭐, 그래도 돼. 너희가 스스로 갇힌 채 톱니바퀴 삶에서 허우적거리고 싶다면, 너희가 저마다 달라서 빛나는 꽃으로 이 별에 있는 줄 알고 싶지 않다면서 고개를 젓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돼.

손이 아프니? 팔이 저리니? 그럼 쉬렴. 꽃도 흐른 날에는 잎을 모아서 가만히 쉬거든.

마음소리는
더 할 얘기가 있는 듯했지만
제가 손이 아프고 팔이 저리다고 하니
저런 마지막말을 남기고
조용히 떠나 주었습니다.
아마 나중에 또 얘기해 주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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