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42. 고래



  의젓하며 듬직한 이웃님 한 분이 강릉에 삽니다. 저는 강릉이란 이름을 들으면 그 고장에 사는 의젓하며 듬직한 그 이웃님을 떠올립니다. 이 이웃님을 마지막으로 만난 지 거의 열 해쯤 되었지 싶은데 아직 얼굴도 다시 못 봅니다. 강릉하고 고흥은 참 안 가깝거든요. 올해 2019년에는 강릉마실을 꼭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강릉을 헤아리다가, 지난 2018년 12월에 문을 연 마을책집 한 곳이 눈에 뜨입니다. 아, 강릉에 문을 연 책집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불쑥 한 가지를 생각했어요. 바로 이 마음 ‘얼마나 사랑스러울까’를 고스란히 노래꽃에 실어서 그 마을책집에 살그마니 띄우면 즐겁겠구나 싶더군요.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열여섯 줄을 슥슥 씁니다. 수첩에 먼저 적은 열여섯 줄을 정갈한 종이에 천천히 옮깁니다. 다 옮기고는 눈을 감고 숨을 고릅니다. 강릉이라는 고장에서 고래처럼 숨을 쉬고 이웃을 마주하면서 마을책집을 가꾸는 분들 두 손에 즐거운 이야기가 기쁘게 샘솟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한테 열여섯 줄을 새로 적어 띄우는 제 두 손에도 언제나 즐거운 꿈이 기쁘게 자라면 더없이 좋겠다고도 생각합니다. 노래를 지어서 부르는 마음이라면, 다같이 즐겁고 싶은 꿈을 씨앗으로 심고 싶어서이겠거니 하고 느낍니다. ㅅㄴㄹ



고래


나긋나긋 속삭여 봐

차분히 눈을 감고서

마음으로 부르자

고래고래 소리지르지는 말고


느긋느긋 다가서 봐

천천히 팔을 들고서

구름처럼 춤추며 가자

나부대며 어지럼 피우지 말고


우리를 지켜보는

저 깊은 바다에서 노니는

포근한 눈빛이면서

어진 고래는


파란하늘 품은 물결을 타고

언제든지 우리 얘기를 듣지

푸른숲 품은 휘파람을 띄워

언제라도 고래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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